젊은 감독 중에서 비슷한 야구를 하는 사람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아지 기옌과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정도니까 구닥다리(?) 야구의 마지막 원로라고 부를만합니다.
그는 당시 포스트시즌에서도 꼭 필요한 1점을 뽑기 위해 번트나 히트앤드런 등을 감행해서 목적을 달성하고 결국 사상 두 번째로 양대 리그서 모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감독이 됐습니다.
그가 승부수로 던진 번트나 히트앤드런은 모두 세이버매트릭스가 '자기패배적이며 실패를 두려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려는 감독의 용렬한 짓'이라고 침을 튀기는 작전들입니다.
라루사 감독의 건너편에는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이 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의 '머니볼'로 유명한 빈은 '야구 신지식'의 적자입니다.
이후 컴퓨터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세이버매트릭스는 더욱 가지를 뻗어 샌디 앨더슨(현 파드레스 사장)-빌리 빈-폴 디포데스타(현 파드레스 사장 보좌역)로 이어지는 '출루율과 장타율(OPS)'을 헌법으로 하는 '빅 볼(big ball)'의 계보를 낳습니다. 이들은 '스몰 볼'의 폐기를 넘어 아웃카운트조차도 아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뛰다가 죽느니 홈런같은 장타를 기다리는 게 확률적으로 득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ESPN의 조 모건같은 전문가들은 통렬하게 반박합니다. "4구나 홈런만 기다리는 전술로는 '점수를 제조해야 하는' 플레이오프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실제로 오클랜드는 1989년 이후 한번도 챔피언 반지를 끼지못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클랜드가 마지막 우승을 한 1989년은 라루사가 지휘할 때였습니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서 마구잡이로 배트를 휘두르던 빈이 프런트로 전직을 희망했을 때 스카우트로 받아준 것도 당시 단장이었던 앨더슨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라루사의 빅리그였습니다. 또다시 신성불가침은 있을 수 없다는 해병대식 논리를 앞세운 그는 "도대체 어떤 조직이 그 운명을 중간관리자에게 맡긴다는 말인가"라며 라루사를 깎아내리면서 일전을 불사합니다.
하지만 둘의 갈등은 바로 해결됩니다. 부동산업자들인 새 공동 구단주들이 긴축 재정으로 선수 보강을 취소하자 라루사가 바로 카디널스로 떠나버린 것입니다. 이후 오클랜드는 단장의 말을 잘따르는 중간관리자가 덕아웃에 앉는 팀이 됐습니다.
야구의 바다에서 '물과 기름'인 이들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날 날은 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