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창의적으로 진화하는 팬문화
스타 위해 작곡… 소설도 써
팬클럽에게 팬클럽이 생기고, 팬클럽에 들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세상이 됐다. 최근의 팬덤(fandom·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현상)은 이제 이런 단계에까지 진화했다. '아이돌에 미치면 고생한다'는 뜻의 '아미고'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빅뱅 팬이라고? 오디션부터 보시지
빅뱅의 공식 팬클럽 'VIP'엔 비장의 무기, 아니 비장의 조직이 있다. 이름부터 '빅걸(Big girl)'. 빅뱅 팬 중에서도 빼어난 춤 실력이나 작사, 영상편집 능력을 자랑하는 10여명이 따로 모여 만든 모임이다. "오빠들만큼이나 랩을 잘한다"고 입 소문이 나면서 최근엔 빅뱅이 아닌 '빅걸'을 추종하는 팬카페마저 생겨났을 정도로 화제다.
뽑힌 빅걸 멤버들은 '오빠'를 위한 각종 창작활동에 몰두한다. '송혜교 누나 번호 그렇게 원하니, 어떻게 내 번호는 안 되겠니. 승현아 우리 동갑이야 말 놔. 내년에 기필코 너 보러 간다' 같은 가사를 담은 랩송 'VIP는 관대하다' 등을 제작, 인터넷에 전파하는 식. YG엔터테인먼트측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발적으로 생긴 조직"이라며 "최근의 팬덤은 기획사조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팬이라면 소설부터 써봐
◆명함지갑 돌리고, UCC 만들고…
아역스타 유승호를 좋아하는 '이모 팬'들이 만든 UCC도 화제. '장동건만 됐어도 떳떳하게 밝히련만 배용준만 되었어도 웃으면서 말하련만 어찌하여 아역배우 유승호에 꽂혔을꼬 2차 성장 사춘기 때 사고쳤음 아들일세'같은 노래를 담은 동영상이다.
이준기를 좋아하는 '누나부대' 극성도 못지않다. 작년 4월 SBS TV 드라마 '일지매' 제작발표회 현장. 20~30대 여성들이 제작발표회장으로 들어오더니 "우리 준기 잘 부탁드린다"며 직접 돈을 걷어 만들었다는 명함 지갑 500여개를 제작진과 취재진에게 나눠줬다. 방송 관계자는 "요즘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잘 부탁한다며 직접 물량공세를 하고 허리 굽혀 인사하는 팬들을 종종 만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