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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흥행 배우’ 소리에 그가 보인 반응이다. 김인권(34)은 2009년 ‘해운대’에 이어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2000만 관객 동원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기쁨’ 보다는 ‘우려’가 컸다. “‘해운대’ ‘광해’로 2000만보다는 ‘강철대오’ 200만이 더욱 값질 것 같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이야기했다.
지난 25일 개봉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감독 육상효·이하 강철대오)은 ‘명품 조연’ 김인권의 두 번째 주연작이다. 포스터 한가운데 그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혔다. 단독으로 포스터를 장식한 건 육상효·김인권 콤비의 첫 작품 ‘방가? 방가!’(2010)에 이어 두 번째다. 김인권은 “좋으면서도 걱정된다. 전작을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감까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전주-안동 오가며 강행군…“겹치기 출연 반성”
김인권은 ‘광해’와 ‘강철대오’ 사이 배우로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출연 결정은 ‘강철대오’가 먼저였다. 투자 등의 문제로 촬영이 지연되며 중간에 예정에 없던 영화를 한 편 더 촬영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광해’다. 추창민 감독의 구애가 적극적이었다. 김인권은 “말하자면 양측 수뇌부끼리 빌려주고 갖다 쓴 것인데, 물론 ‘광해’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두 번은 못할 짓”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지막 1주일 촬영이 겹친 거예요. 해가 떴을 때에는 전라도 전주에서 ‘강철대오’, 해지면 경상도 안동에서 ‘광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며 버텼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캐릭터에 몰입할 수가 없었어요. 저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하던지요. 앞으로 겹치기 출연은 절대 하지 말자, 깊이 반성했습니다.”
1000만 영화에서, 그것도 두 번이나 ‘감초’ 역할을 해낸 그는 이렇듯 자신을 낮추고 또 낮췄다.
‘강철대오’에서 맡은 역할은 연애 한 번 하기 위해 혁명 투사가 된 중국집 배달부 강대오. 배경은 1980년대다. 철가방을 들고 자장면을 배달하던 대오는 여대생 예린(유다인 분)에게 반해 영문도 모른 채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가한다.
김인권은 “이번 영화 촬영하며 철가방 돌리기에 컵 세팅, 단무지 썰기 등 어디 다시 써먹을 데 없는 기술을 많이 익혔다”고 눙쳤다. ‘황비홍’ 박철민 등 중국집 동료와 주고받는 전문 배달 용어도 웃음을 유발한다. 극 중에서 은동권의 은어로 둔갑하는 ‘짬짜라이 짬자이 미문찝 뻥개 배달해야’(짬뽕과 자장면을 많이 미 문화원에 신속하게 배달해달라는 뜻) 등의 대사가 그것이다.
김인권은 “당시 유행했던 광둥어에 홍콩식 억양을 섞어 만들었는데 원조는 이경규 선생님 아니겠느냐?”라며 “말하자면 ‘복수혈전’ 등 영화를 통해 이소룡을 꿈꿨던 이경규에 대한 오마주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선 ‘평미남’, 현실에선 ‘평이남’
캐릭터는 대부분 외모도, 조건도 부족한 ‘평미남’(평균 미만의 남자). 그럼에도, 흥행 성적은 늘 ‘평균 이상’이다. 그 비결로 그는 극 중 캐릭터만큼이나 실제로도 지극히 서민적인 외모와 조건을 꼽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에 대한 동정, 연민 같은 게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인간적인 역할을 했을 때 관객 반응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말론 브란도 보다는 찰리 채플린. 앞으로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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