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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에게는 과거가 있다. 과거의 그림자는 아주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과거는 행복했지만 과거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다. 이희진은 그래서 배우를 탐한다.
이희진은 S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에 출연 중이다. 배우를 선언하고 네 번째 작품. 18일 서울 여의도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만난 이희진에게 물었다. 이희진에게 ‘내 사랑 나비부인’이란? 끝내 답을 내놓지 못한다.
“아주 어려운 질문이에요.” 고민하는 낯빛에서 다양한 감정이 읽힌다. 지난 2010년 배우를 선언하고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로 배우 데뷔한 이후 3년 동안 이희진은 조금씩 자랐다. ‘최고의 사랑’과 ‘해피앤드’를 거쳐 ‘내 사랑 나비부인’까지 이희진은 한 계단씩 오르고 있다.
겸손이라기엔 구체적이다. “열심히 연습해서 촬영장에 가도 혼자 따로 연기하는 기분이 든다.” 시청자에게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희진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계속 찾았다.
“저를 알아요. 칭찬에 금방 나약해져요. 계속 스스로 채찍질을 가해야 해요. 그래서 좋든 나쁘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보기가 무서운거죠. 피곤하지만 그래도 긴장을 늦추면 제가 변한다는 게 느껴져요. 매 순간 매 장면을 떠올리며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생각하죠.”
이희진은 ‘내 사랑 나비부인’에서 톱스타 연지연 역을 맡았다. 극중 남나비(염정아 분)의 소속사 연기후배이자 라이벌로 10년 무명 설움 끝에 막 스타로 떠오른 대기만성형 배우 역할이다. 이희진은 연지연에 대해 “대리만족”이라고 밝혔다. 베이비복스로 이미 정상의 인기를 얻었음에도 연지연 역할은 새롭다.
이희진은 베이비복스와 거리를 분명하게 했다. 베이비복스를 통해 인기도 얻었고 15년 연예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그러나 이제는 본인의 이름 석자 이희진을 알리고 싶다. 그 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연기자의 타이틀을 따고 싶어요. ‘베이비복스 걔’가 아니라 배우 이희진이요. 제가 공연을 좋아하는데 강부자 선생님 공연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평생 직업, 평생 한 길을 살아가시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제가 그 연세가 됐을 때도 배우로 살고 싶어요. 평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