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소송의 오해와 진실②]'비, 깡통찬다?'...실제 손배액, 크지 않을 듯

비의 손배액 44억 중 33억이 징벌적 손배액...판례상 한국선 불인정
  • 등록 2009-03-25 오전 8:19:16

    수정 2009-03-31 오후 2:55:13

▲ 비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가수 비가 최근 하와이 재판서 수십억원대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팬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월드투어 관련 책임이 있는 4곳의 배상 총액이 무려 808만6000달러(약 112억원)로 고액인데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재산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연방배심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월드투어 당시 하와이 공연이 부당하게 취소됐다며 클릭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비와 당시 기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공연주관사인 스타엠, 레볼루션에 계약위반 관련 228만600달러와 사기 피해 관련 100만 달러를 지불하라 평결함과 동시에 비와 JYP 측에는 각각 24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 배상금(punitive damages)을 추가로 평결했다. 또한 이후 판사는 평결의 번복 없이 그 내용을 그대로 판결했다.

총 808만6000달러 가운데 비가 지불해야할 손배 총액은 322만150달러(약 44억원). 이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이례적이다.

일부에선 이번 판결로 비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비의 소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가 과연 감당하기 힘든 거액을 제대로 보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혹에서다.

이같은 우려는 23일 하와이 공연 무산과 관련 비 등을 고소한 클릭엔터테인먼트가 비와 JYP 소유 재산과 부동산 등에 각각 압류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며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태다. 클릭은 비가 지난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청담동 소재, 시가 100억원 상당의 건물도 가압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가 이번 미국 내 판결로 감당해야할 실제 손배 규모는 세간에 알려진 것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직 항소까지는 판사의 재심 과정이 남은만큼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고 견해를 밝혔다.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는 "물론 하와이 연방법원이 비 측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비의 손배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변호사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미국 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대한 국내법의 해석을 들었다.

징벌적 손해 배상금은 주로 영미 법계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가해자의 무분별하고 고의적인 행위에 기인하는 경우 부과되는 것으로 사회계도적 측면에서 일반 손해 배상금 외에 법원이 추가로 부가하는 배상금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국 법원에서 손배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 압류 재산이 없을 경우, 한국에서 강제 집행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한국 법원의 별도 승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물론 한국 재판부의 승인, 불승인, 일부 승인 여부에 따라 결과는 크게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미국 내 판결을 한국 법원에서 대부분 승인한다고 해도 징벌적 손해배상금은 국내 실정법상 지불의 의무가 없다는 판례도 있는만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단, 미국에 재산이 있는 경우나 미국 내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국 법원에서 현지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현지에 부동산 등 재산이 없는 비와 달리 법인을 설립한 JYP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내 회사를 비롯, 아파트 등 부동산을 적잖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JYP는 또한 2009년을 미국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미국시장 올인을 선언한 상태다. 원더걸스를 비롯, 다수의 가수를 미국 현지에 론칭해 선보일 예정이던 JYP로서는 이번 판결이 더더욱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비 또한 할리우드 첫 주연 영화 '닌자 어쌔신'의 출연료를 지난해 말부터 분할해 받고 있어 만약 항소에서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 부분은 가압류 등 피해를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판결로 비의 재정상태가 위태롭게 됐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 "마치 이번 판결의 배상 총액인 808만6000달러를 모두 비가 지불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비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겪는 피해로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 항소까지는 재심 과정이 남은만큼 걱정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테니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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