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마쓰자카의 많음과 지나침

  • 등록 2007-04-24 오전 8:51:18

    수정 2007-04-24 오전 10:09:46

[로스앤젤레스= 구자겸 통신원]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등판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그의 일본 한자이름(松坂 大輔)과 함께 주사위 그림에 ‘K’자를 새겨넣은 판대기입니다. 미국 매스컴이 그의 이름 소리에 착안해 주사위(DICE)에 삼진을 뜻하는 K를 합쳐 ‘다이스-K’라고 별명을 붙여주자 일본 팬들이 정성껏 만들어 가지고 오는 응원 도구입니다.

별명 붙이기 좋아하는 미국 언론답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다이스-K’란 닉네임에 마쓰자카의 투구 속성이 고스란히 응축돼 있습니다. 1부터 6까지의 눈이 그려져 있는 주사위처럼 다양한 구질들, 그것들을 무기로 내세운 위력적인 탈삼진 능력이 상징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정말 마쓰자카의 공은 다양다기합니다. 최고 97 마일의 패스트볼에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는 기본이고 컷패스트볼, SF볼, 역회전볼 등등…. 한마디로 마운드 위의 ‘회전 쓰시집’입니다. 그래서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마구, ‘자이로볼(Gyroball)’ 논쟁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담을 하자면 타자들까지 ‘봤네, 안봤네’하며 가세해 더욱 화톳불처럼 번진 자이로볼에 대한 지금까지의 분석들을 종합해 보면 이 볼은 패스트볼, 포크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등 온갖 구질이 조금씩 다 가미된 공입니다. 해괴망측한 ‘짬뽕볼’이요, ‘그로테스크볼’인 셈입니다. 각설하고.

당연히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마쓰자카의 위력은 바로 이런 ‘백화점’ 구질들과 함께 컨트롤에 있습니다. 면도날같은 제구력이 뒷받침되기에 1981년 LA 다저스의 ‘스크류볼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첫 데뷔 세 경기 등판서 두 경기 10삼진을 솎아내는 역사를 이뤄냈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마쓰자카에게 접하는 의문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메이저리그팀들에 처음 소개할 때 장광설로 늘어놓았던 그의 다양한 구질들이 과연 얼마나 실전적이냐는 것입니다. 곧 투수의 구질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적용되느냐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마쓰자카가 바로 자신의 특장인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봉’이 절로 읊어지는 구질 탓에 오히려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7일 토론토전서 4회에만 볼넷을 한꺼번에 3개나 내주면서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내준 장면, 닷새 후 양키스전서 0-2로 뒤진 3회 무사 1, 2루서 두 타자를 내리 85마일 SF볼과 90마일 컷패스트볼로 삼진으로 솎아낸 뒤 제이슨 지암비에게 밋밋한 88마일 슬라이더로 우전 안타를 맞고 추가점을 내준 게 그것입니다. 다양한 구질이 타자를 베는 칼이 되기도 하지만 삐끗하면 거꾸로 자신을 맞히는 총알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들입니다.

아무리 좋은 투수라고 하더라도 한 경기서 모든 구질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투수들이 흔히 하는 말로 그날 ‘긁히는’ 구질을 앞세우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 더욱 일본보다 서너 수 위의 강타자들이 즐비한 빅리그에서 실투는 결코 용납되지 않습니다.

마쓰자카의 이런 투구 패턴은 심인성(心因性)으로도 보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선배 일본 투수와 마주쳐도 일부러 외면할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지난 토론토와 시범경기서 오카 도모카즈를 만났을 때 못 본 체하고 지나쳐 일본 언론이 ‘선배무시’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200명이 넘는 일본 기자들이 찰거머리처럼 따라붙고 포스팅시스템 입찰금을 포함해 물경 1억 달러가 넘는 몸값과 자이로볼 논쟁 등으로 미국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분위기서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마쓰자카의 앞으로 행로도 일상생활의 격언처럼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먼저 그래야 하겠고 그 다음은 보스턴 포수와 벤치의 몫, 훈수이겠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조보아, 섹시美 대폭발
  • 핫걸!
  • 시청역 역주행
  • 작별의 뽀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