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804명 아이들의 엄마'..정혜영이 사는 법

가슴으로 낳은 아이, 어느새 800명
"사람, 그리고 사랑이 행복"
  • 등록 2013-01-29 오전 8:45:33

    수정 2013-01-29 오전 8:51:46

정혜영이 몇 해 전 남편 션과 함께 펴낸 책의 제목은 ‘오늘 더 사랑해’였다. 그는 “과거보다 현재의 삶이 좋고, 그래서 내일의 삶이 더 궁금하다”고 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정혜영(40)은 ‘엄마’다. 그것도 아이를 ‘넷’이나 둔 ‘일하는 엄마’. 그룹 지누션 멤버 션(41, 노승환)이 그의 남편이다. 스크린 데뷔작 ‘박수건달’이 한창 흥행할 때 그를 만났다. “엄마 정혜영은 잠시 잊어주세요” 부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연인 정혜영’에 매료돼서다.

각박하고 걱정 많은 세상이다. ‘천사’ 혹은 ‘여왕’으로 불린다. 웃을 일이 차고 넘친다. 비결은 세상을 바라보는, 남과 다른 시선에 있었다. 그를 웃게 하는 건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차가 아니었다. 사람 그리고 사랑이었다.

울퉁불퉁 돌멩이, 반짝반짝 다이아몬드로

정혜영의 첫 영화 ‘박수건달’은 어느 날 갑자기 건달에게 신이 내려 무당이 되는 이야기다. 배우 박신양이 건달이자 무당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주인공 광호 역할을 맡았다. 광호는 조직의 만년 이인자 태주(김정태 분)가 휘두른 칼에 운명선이 바뀌면서 전과 다른 인생을 산다. 정혜영에겐 결혼이 그랬다. 운명선을 제대로 바꿔놓았다.

“남편을 만난 이후부터 저의 삶이 확 바뀌었어요. 광호처럼. 예전에는 일이 조금만 꼬여도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했어요. 부정적이었죠. 부끄럽지만 좋은 일도 ‘이담에 돈을 많이 벌면 할 거야’ 했었고요. 그런데 이 사람은 아닌 거예요. 같은 상황에서도 감사해 할 줄 알았죠. 그 모습이 신기했고 궁금해지면서 차츰 닮아가기 시작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게 바뀌었죠.”

정혜영이 남편 션을 만난 건 13년 전,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생일파티에서다. 정혜영은 션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의 자신을 ‘울퉁불퉁 못난 돌멩이’와 ‘반짝반짝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에 빗대 말했다. 남편이 모난 돌이었던 자신을 정으로 정성껏 쪼고 다듬어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보석으로 만들어줬다고 자랑했다.

결혼한 지는 햇수로 9년이 됐다. 아이는 넷을 낳았다. 하음(7), 하랑(6), 하율(4), 하엘(2). 첫째와 막내가 딸이다. 정혜영은 “어쩜 아이도 아들딸 둘씩, 골고루 주실 수가 있는 거죠?”라며 또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8일 결혼 8주년 기념일에 ‘밥퍼’ 기부 및 봉사 활동에 나선 정혜영-션과 이들 부부의 네 자녀들(사진=션 미니홈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음, 하랑, 하엘, 하율)
한달 기부액 3000만 원..‘사랑 전도사’

이들 부부에게 실제 자식은 더욱 많다. 정혜영은 남편 션과 함께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전 세계 빈곤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 6명을 도우며 시작한 일이 현재는 800명으로 늘었다. 정혜영은 “우리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자식만 804명이네요”라며 햇볕보다 따스한 엄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들 부부의 기부와 선행은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10월8일. 결혼기념일에는 부부가 함께 서울 청량리에 있는 ‘밥퍼’ 무료 급식소를 찾는다. 매일 하루 1만 원씩 모은 돈 365만 원을 기부하고 노숙자, 무의탁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손수 대접하며 결혼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이들의 돌잔치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비용과 양육비를 아껴 소아 병동에 기부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혼하지 못한 부부들의 결혼식도 돕고 있다. 그렇게 이웃을 위해 쓰는 돈만 한 달 평균 3000만 원에 달한다.

어디서 돈을 벌기에 고액 기부가 가능할까. 한때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고는 하나 남편 션은 최근 특별한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다. 정혜영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강연을 통해 고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며 “강연이 많으면 하루 세 건이 되는 날도 있다”고 밝혔다.

선행에 특별한 목표는 없다. 그저 자신들에게 허락된 것을 나누고 그런 부모의 사랑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더 큰 사랑을 실천하며 살게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이름도 하음(하나님의 마음), 하랑(하나님의 사랑), 하율(하나님의 율법), 하엘(하나님, 하나님. ‘엘’은 히브리어로 하나님이라는 뜻)로 지었다.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건 첫째가 가족 사랑이고, 둘째가 이웃 사랑이에요. 공부는 조금 못해도 상관없어요. 그보다는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804명 ‘자식부자’..양육비는?

자녀의 수가 곧 경제력으로 비춰지는 세상이다. 아이를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1인당 평균 2억 7500만 원의 양육비가 든다는 통계도 있다. 자녀를 셋 둔 한 방송인은 아이들 보육료로 매달 600만 원이 들어간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야기에 정혜영은 되레 놀라며 “그렇게나 많이요?”라고 되물었다.

“전 집안일 하는데 남의 손을 빌려본 적이 없어서요. 아이들 공부도 제가 직접 가르치는 걸요. 동그란 원탁에 네 아이를 앉혀놓고 각자 나이에 맞는 책이나 학습지를 들려줘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도 공부한다 여기지 않고 엄마랑 같이 논다고 생각해서 그 시간을 더 즐기죠. 아이는 가능하면 엄마 아빠가 키워야 한다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직접 아이를 키우며 배우 활동을 하는 게 가능한지 다시 물었다. 정혜영은 남편의 외조를 비결로 꼽았다.

“혼자서는 불가능하죠. 남편과 일정을 맞춰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집에 있을 수 있도록 말이어요. 그게 힘든 상황이면 바깥일을 줄이고요. 어려운 일 같지만, 욕심을 버리면 쉽습니다. 저는 1순위가 우리 아이들, 가정이에요. 일은 그다음이죠.”

정혜영은 “감사하게도 부부가 모두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 있어 이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쓰고도 나눌 것이 있기에 나누며 산다. 정혜영은 “내가, 내 가족이 행복하지 않은데 과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말 없는 가운데에서도 나누며 사는, 훌륭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혜영은 자신을 변화시킨 남편 션 역시도 어떤 이의 사랑으로 달라졌다고 했다. 이들 가정의 롤모델은 ‘밥퍼 목사’로 유명한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 부부다. 정혜영은 이렇듯 사람에서 사람으로 민들레 홀씨 되어 퍼져 나가는 ‘사랑의 힘’을 믿는다.

“지금은 ‘기부천사’로 불리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 자리에서 똑같이 나누며 살 겁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면서요.”

정혜영은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으로 주저 없이 남편 션을 꼽았다. “결혼 이후 싸움은커녕 언성 한 번 높인 적이 없다”며 “그런 남편을 사랑하다 못해 존경한다”고 말했다.(사진=한대욱 기자)
배우 정혜영은…

정혜영(1973년 12월 14일생)은 서울 전농여자중학교와 중화고등학교,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과를 나와 1993년 SBS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불새’(2004), ‘에덴의 동쪽’(2008), ‘돌아온 일지매’(2009), ‘장난스런 키스’(2010) 등이 있다. 주로 TV에서 활동하다 최근 영화 ‘박수건달’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2005년 10월 힙합그룹 지누션 멤버 션과 결혼해 슬하에 하음, 하랑, 하율, 하엘 등 4명의 자녀를 뒀다. 남편과 더불어 끊임없는 기부와 선행으로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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