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선호' 한국 아이스하키, 강호 카자흐스탄도 이겼다

  • 등록 2017-04-24 오전 7:52:34

    수정 2017-04-24 오전 7:52:34

강호 카자흐스탄을 꺾고 기뻐하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진=대한아이스하키연맹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아이스하키가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끝난 대회 2차전에서 강호 카자흐스탄에 5-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2연승(승점 6)을 거둔 한국은 대회 중간 순위 선두로 나섰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의 6개 팀이 출전해 라운드로빈으로 최종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 상위 2개국은 2018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 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으로 승격하고 최하위 팀은 디비전 1 그룹 B로 강등된다.

2경기 만에 승점 6점을 확보, 디비전 잔류를 확정한 한국은 이제 남은 3경기에서 ‘꿈의 무대’로 여긴 IIHF 월드챔피언십 승격에 도전한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1995년 아시안컵에서의 첫 대결에서 1-5로 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7 동계 아시안게임 0-4 패배까지 카자흐스탄과 12번 맞붙어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은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의 귀화 선수 5명을 포함한 베스트 전력으로 임해 승산은 더욱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카자흐스탄에 5-2의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장점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전방위에서 카자흐스탄을 압박하며 이변 연출을 예고했다. 체격조건과 개인기에서 앞선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공수지역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카자흐스탄은 1피리어드 8분 1초 만에 NHL 출신의 귀화 선수인 나이젤 도즈(어시스트)와 브랜든 보첸스키(득점)의 콤비 플레이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한국은 15분 56초에 안진휘(26.안양 한라)의 동점골로 응수했다. 공격 지역 오른쪽 서클에서 이뤄진 페이스오프에서 김기성(32.안양 한라)이 따낸 퍽이 카자흐스탄 수비수 막심 세묘노프의 스틱에 맞고 흐르자 안진휘가 그대로 리스트샷으로 마무리했다.

카자흐스탄은 2피리어드 들어 NHL 출신 귀화 선수들의 개인기를 앞세워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13분 25초에 마틴 세인트 피에르-브랜든 보첸스키로 이어진 패스를 나이젤 도즈가 마무리,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2피리어드까지 유효 슈팅(SOG)에서 11대 18로 열세를 보였지만 수문장 맷 달튼의 선방으로 추가 실점하지 않으며 한 점 차 승부를 이어갔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 4골을 터트리는 무서운 집중력과 뒷심으로 기적 같은 뒤집기 쇼를 만들어냈다.

4월 초 우수인재 특별 귀화로 국적을 취득, ‘백지선호’에 합류한 알렉스 플란트(28.안양 한라)가 대역전극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플란트는 3피리어드 5분 29초에 마이클 스위프트(30.하이원)-조민호(30.안양 한라)로 이어진 패스를 하이 슬럿에서 강력한 리스트샷으로 마무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전 결승골은 신상훈(24.안양 한라)의 스틱에서 뿜어져 나왔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던 3피리어드 7분 2초에 공격 지역 왼쪽 측면에서 조민호의 크로스 패스를 연결 받은 신상훈은 송곳 같은 리스트샷으로 역전골을 터트리고 포효했다.

곧바로 맞은 숏핸디드(페널티로 인한 수적 열세) 상황을 실점하지 않으며 위기를 넘긴 한국은 3피리어드 9분 58초에 이날 경기의 히어로인 플란트의 강력한 슬랩샷이 골 네트에 꽂히며 흐름을 완전히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뒤집기를 허용한 카자흐스탄은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3피리어드 11분 21초에 마틴 세인트 피에르가 슬래싱 반칙으로 마이너 페널티(2분간 퇴장)을 받은데 이어 11분 26초에 알렉산더 리핀이 신상훈에게 악의적인 보딩 반칙을 범해 게임미스컨덕트(경기 완전 퇴장)을 당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세인트 피에르와 리핀의 퇴장으로 5대 3 파워 플레이를 맞이한 한국은 3피리어드 11분 41초 김기성이 상대 골리를 따돌리는 절묘한 스틱 핸들링에 이은 백핸드샷으로 골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수문장 맷 달튼은 이날도 32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30개를 막아내며 대역전극의 토대를 만들었다.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알렉스 플란트는 경기 MVP에 선정됐다.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한 22년 무승 사슬을 끊어내며 자신감을 놓인 ‘백지선호’는 25일 밤 11시 헝가리를 상대로 3차전을 치른다.

2016 IIHF 랭킹 19위의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와 1차전에서 접전 끝에 5-3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헝가리에 2승 1무 11패로 열세에 있고 IIHF 세계선수권에서는 10번 만나 1승 1무 9패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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