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닳고 닳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허진호 감독은 ‘위험한 관계’를 택했다. 영화에 출연한 중국 여배우 장바이즈는 그런 그를 가리켜 “용기있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도 위험한 선택이었음을 인정했다.
‘위험한 관계’는 허 감독의 전작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궤를 달리하는 영화다. 다분히 허진호스러우면서 또 허진호 작품 같지 않다.
규모에서 오는 차이가 컸다. ‘위험한 관계’는 중국 제작사가 2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 전액을 부담해 허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했다. 전체 300여 명 가운데 한국 스태프는 고작 30여 명. 뚜펀위(장쯔이 분)에 대한 셰이판(장동건 분)의 유혹이 시작되는 대저택 세트를 짓는 데에만 2000만 위안(한화 약 35억 원)이 들었다. 커트가 빨라졌고, 클로즈업도 늘었다. 허 감독은 “커트 수가 이전에 만든 영화 전부를 합친 것만큼 많았다”고 말했다.
“처음 찍어보는 대작에 시대극. 그동안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삼각관계, 그 주변인물로까지 감정선을 확대했어요. 세트 작업도 처음 해보는데 개인적으로 공부가 많이 됐네요.”
‘위험한 관계’는 사랑을 가지고 위험한 게임을 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다. 감독은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상하이로 옮겨왔다. 허 감독은 “생소하지만 어딘지 현 시대와 닮아 있는 공간에 끌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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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장바이즈-장쯔이로 이어진 캐스팅은 뜻밖에 순조로웠다. ‘위험한 관계’는 그들에게도 도전이었다. 반듯한 신사 이미지의 장동건은 ‘나쁜 남자’ 역할을 중국어로 소화해야 했고, 장바이즈는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장쯔이는 데뷔 초기 작품인 ‘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서와 같은 순수한 얼굴을 10여 년 만에 다시 보였다.
“장쯔이를 먼저 만났는데 화려한 ‘모지에위’를 택할 줄 알았더니 뜻밖에 정숙한 ‘뚜펀위’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장바이즈도 실제 자신과 많이 닮은 것 같다며 ‘모지에위’에 끌려 했고요. 장동건은 정형화된 틀을 깨고 싶어 했어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변화를 원했던 셈이죠.”
“지겹다 하면서도 찍다 보면 재밌으니 묘하죠. 희로애락이 다 드러나잖아요. 첫 만남의 설렘, 사랑에 빠진 순간의 행복, 배신을 당했을 때의 슬픔, 이별한 뒤의 추억까지.”
“차기작도 멜로냐?”고 물었더니 “아무리 재밌어도 이젠 정말 끝”이라며 웃는다.
“다른 거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나 전기 영화 같은. ‘위험한 관계’에 의도적으로 웃기는 장면을 좀 넣어봤는데 관객 반응이 생각보다 좋던데요? 소질이 있는 거 아닐까요? 하하하”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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