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고 서러웠던, 20년 무명시절의 한풀이일까. 그는 쉽게 부인하지 못했다.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 본명은 곽병규다. 고졸 학력에 미혼. 졸업 후 20년 동안 연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야 조금씩 얼굴을 알아봐 준다.
꽉 막혔던 인생길이 뚫리기 시작한 건 이름을 ‘곽도원’으로 바꾸면서부터다. 그는 “소속사가 작두를 탔는지 지금 회사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 하면서 지금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했어요. 난생처음 소속사를 가져봤죠. 사장님이 점집에서 새로운 이름을 두 개 받아왔어요. 민호와 도원. ‘꽃보다 남자’ 이민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는데 ‘몰매 맞을 일 있나’. 민호는 제가 안 된다고 했죠.”
그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얽힌 사연이 깨알 같다.
“‘놈놈놈’에는 얼굴도 아니고 등짝만 두 번 나와요. 영화 찍는 중간 오디션까지 봐 들어갔는데 편집의 힘이 실로 어마어마하더군요. 저 그 일 이후로 주위에 ‘나 영화 찍었다’ 소리 안 하잖아요. ‘마더’ 때는 더했어요. A4 용지 한 장 분량 되는 대사를 달달 외워 오디션에서 합격했는데 실제 대사는 ‘야. 저..개..새’ 네 음절이 끝. 장사 방해한다고 신경질 내는 숯불 맨 있잖아요. 그게 접니다.”
스물여섯 살, 연극을 할 때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는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도 6년 가까이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그의 20대·30대는 이렇듯 남루했다.
그럼에도 20년을 버텼다. “인내심이 대단한 것 같다”고 했더니 “인내하며 버틴 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연극판을 전전할 때에는 힘들어도 재밌었고,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을 땐 과감히 포기했다.
새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다. 곽도원은 “연극판에선 코믹 연기도 많이 했는데 영화에선 처음이라 겁이 난다”며 “장르, 캐릭터 구분 없이 ‘연기 잘하는 광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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