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하늘에서 뚝~! `놈놈놈`·`마더`도 찍었는걸요?"

  • 등록 2012-09-25 오전 8:20:42

    수정 2012-09-25 오전 8:21:48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2012년 어디선가 뚝 하고 떨어졌다. 배우 곽도원 이야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드라마 ‘유령’을 시작으로 개봉을 앞둔 영화 ‘점쟁이들’, ‘회사원’에 ‘베를린’까지. ‘미친소’처럼 달려 ‘대세’가 됐다.

배고프고 서러웠던, 20년 무명시절의 한풀이일까. 그는 쉽게 부인하지 못했다.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 본명은 곽병규다. 고졸 학력에 미혼. 졸업 후 20년 동안 연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야 조금씩 얼굴을 알아봐 준다.

꽉 막혔던 인생길이 뚫리기 시작한 건 이름을 ‘곽도원’으로 바꾸면서부터다. 그는 “소속사가 작두를 탔는지 지금 회사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 하면서 지금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했어요. 난생처음 소속사를 가져봤죠. 사장님이 점집에서 새로운 이름을 두 개 받아왔어요. 민호와 도원. ‘꽃보다 남자’ 이민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는데 ‘몰매 맞을 일 있나’. 민호는 제가 안 된다고 했죠.”

정확히 1년9개월 전의 일이다. 곽도원은 듬직한 외모, 넉넉한 풍채만큼이나 화통하게 “으하하” 목젖을 보이며 자주 웃었다. 외모가 나이보다 들어 보인다고 하니 “이 얼굴을 데려다가 교수(‘황해’) 시키고, 검사(‘범죄와의 전쟁’) 시키고. 하긴 깡패 같은 교수에 검사이긴 했네요. 보여주고 싶은 건 ‘깡패’였던 거죠. 으하하” 식이다.

그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얽힌 사연이 깨알 같다.

“‘놈놈놈’에는 얼굴도 아니고 등짝만 두 번 나와요. 영화 찍는 중간 오디션까지 봐 들어갔는데 편집의 힘이 실로 어마어마하더군요. 저 그 일 이후로 주위에 ‘나 영화 찍었다’ 소리 안 하잖아요. ‘마더’ 때는 더했어요. A4 용지 한 장 분량 되는 대사를 달달 외워 오디션에서 합격했는데 실제 대사는 ‘야. 저..개..새’ 네 음절이 끝. 장사 방해한다고 신경질 내는 숯불 맨 있잖아요. 그게 접니다.”

스물여섯 살, 연극을 할 때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는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도 6년 가까이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그의 20대·30대는 이렇듯 남루했다.

그럼에도 20년을 버텼다. “인내심이 대단한 것 같다”고 했더니 “인내하며 버틴 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연극판을 전전할 때에는 힘들어도 재밌었고,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을 땐 과감히 포기했다.

오는 10월3일 개봉하는 영화 ‘점쟁이들’에서는 김수로·이제훈 등과 더불어 주연이다. 귀신을 보는 심인스님 역할을 오디션도 없이 따냈다. 특수렌즈를 낀 상태에서 눈에 모래가 들어간 줄도 모르고 촬영을 계속했다가 한쪽 눈을 잃을 뻔한 일화는 ‘점쟁이들’에 대한 그의 남다른 각오를 말해준다.

새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다. 곽도원은 “연극판에선 코믹 연기도 많이 했는데 영화에선 처음이라 겁이 난다”며 “장르, 캐릭터 구분 없이 ‘연기 잘하는 광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권욱 기자)

닮고 싶은 배우로는 최민식을 꼽았다. ‘파이란’ ‘올드보이’ 등을 보며 배우로의 꿈을 키웠다는 곽도원은 “그에 비하면 난 아직 멀었다”고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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