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선·후배들이 모두 한마음인데 저만 인터뷰하니까 쑥스럽네요. 제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수혁이 형이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 불같은 강속구를 던질 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비하면 한결 부드러워졌다. 야구를 그만둔 뒤 록 가수 그리고 미용실 사장님으로 변신한 '야생마' 이상훈(37). 그가 투병 중인 선배 임수혁(39)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9일 고려대 주변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임수혁 선배 돕기 러브, 스포츠, 하모니' 행사에서다. 92년 롯데에서 데뷔했던 임수혁은 2000년 4월 18일 잠실경기 도중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임수혁과 이상훈은 강남중, 서울고, 고려대 1년 선·후배 사이. 투수와 포수로서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이상훈은 "어려울 땐 서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친형제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학 시절 임수혁의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이상훈이 막노동을 해 번 돈을 임수혁에게 줬던 일은 야구계에 잘 알려진 일화. 그래도 이상훈은 "내가 수혁이형에게 받은 게 더 많다"고 말했다. 공연에 앞서 자신과 임수혁의 고려대 재학 시절 경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방영되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늘 행사가 사람들이 수혁이 형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이상훈은 "야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야구선수로 살았던 것도 역시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디서든 야구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들이 만드는 월간 스포츠 잡지 '스포츠 KU'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김기형 고려대 체육위원장과 이동영 고려대 야구부 OB 회장 등 고려대 동문들과 야구팬 등 500여명이 참석했고, 임수혁 관련 퀴즈 풀기, 이상훈의 공연 등 약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주최측은 운영 수익금 및 모아진 성금을 올해 안에 임수혁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