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독일 베를린의 한 복싱 경기장. 링 한가운데에 체스판이 놓여 있다. 체스판을 뚫어지게 보던 니콜라이 사진(Sazhin·19)이 '장군'(checkmate)을 외쳤다. 상대 선수 프랑크 스톨트(Stoldt·37)의 머릿 속은 뱅뱅 돌았다. 전 라운드에서 맞은 펀치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이다. 스톨트는 결국 '멍군'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수학 전공 대학생인 사진이 2008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순간이었다.
현재 활동하는 프로 체스복싱 선수는 150여명. 세계체스복싱협회(WCBO)는 베를린, 런던, 소피아 등 유럽 곳곳에 훈련도장을 운영한다. 미국에서는 체스복싱이 실제 경기로서가 아니라, 자녀 교육용 스포츠로 주목을 받는다. WCBO는 "체스복싱은 21세기의 바이애슬론(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경기)이 될 것"이라고 타임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