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박쥐·도둑`···2012 여름, 배급사별 최종병기는?

국내 빅4 투자배급사 `한국적인 이야기`로 승부
  • 등록 2012-06-27 오전 8:03:21

    수정 2012-06-27 오전 8:03:21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소니픽쳐스 작품이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워너 브러더스가 배급한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거미, 박쥐, 도둑, 기생충···’

올여름 극장가를 함축하는 키워드다. 직장인의 여름휴가와 학생들의 방학이 낀 7~8월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영화 제작사, 영화 배급사마다 최고의 작품을 엄선해 극장에 건다. 올해는 할리우드 ‘거미’와 ‘박쥐’ 대 ‘한국영화’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대작은 이병헌 주연의 ‘지.아이.조 2’가 개봉을 내년으로 연기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 두 편으로 줄었다. 예상되는 화력은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는 뜻 그대로 한 구역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정도다.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은 각각 두터운 마니아층을 지닌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대표 캐릭터다. 저마다 3D·아이맥스(IMAX) 등 신기술로 무장했다. 특히 배트맨 프리퀄의 마지막 시리즈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올 여름뿐만 아니라 올해 개봉하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센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봉 시기도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19일로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7월 시장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투자배급사도 이를 고려해 올여름 라인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제작비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는 김윤석·김혜수·이정재·전지현 주연의 ‘도둑들’과 한류스타 비가 출연한 ‘R2B: 리턴 투 베이스’ 두 편.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순제작비는 100억 원을 살짝 밑돌지만, 규모가 큰 작품에 속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서는 토종 대작들. 쇼박스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여름 ‘퀵’ ‘7광구’ 100억원대 상업영화 두 편을 보름 간격으로 선보였다가 흥행에 쓴맛을 본 CJ E&M은 ‘R2B: 리턴 투 베이스’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이 가운데 7월25일 개봉하는 ‘도둑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타짜’ 최동훈 감독의 신작에 초호화 캐스팅,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쇼박스도 ‘도둑들’의 흥행 가능성을 크게 보고 올여름 이 한 작품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다. 시장이 두 배로 껑충 뛰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쌍끌이 흥행을 이어간다는 계산이다.

한국영화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M은 ‘연가시’(7월5일), ‘5백만불의 사나이’(7월19일), 그리고 ‘R2B: 리턴 투 베이스’(8월2일)를 차례로 선보인다. 김명민 주연의 ‘연가시’는 살인 기생충 연가시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재앙 영화다. 소재와 장르는 무겁지만 영화의 원작인 웹툰의 인기와 초등학생들 사이 연가시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을 고려하면 한 주 앞서 개봉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견주어 볼만하다.

문제는 나머지 두 작품이다. ‘5백만불의 사나이’는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의 스크린 데뷔작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같은 날 개봉한다. 주연 배우의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과 대진표가 불안요소다. ‘R2B: 리턴 투 베이스’는 애초 ‘비상: 태양 가까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제작보고회까지 마쳤으나 개봉 시기가 연거푸 늦춰졌다. 여기에 주연배우 비는 촬영을 마치고 군에 입대해 홍보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2012 CJ E&M의 선택이 ‘버리는 카드’가 될지, 지난해 ‘최종병기 활’처럼 ‘반전의 카드’로 쓰일지는 영화의 만듦새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여름 대작이 없다. 대신 한국적인 작품들로 국내외 블록버스터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7월12일 공포영화 ‘두 개의 달’, 7월19일 김윤진 주연의 스릴러 ‘이웃사람’을 일주일 간격으로 내놓는다. 8월을 공략할 영화로는 주지훈 주연의 코미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준비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충녕대군이 그와 똑같이 생긴 노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사극으로 주지훈이 1인 2역을 연기했다.

‘부러진 화살’ ‘러브 픽션’ 등 올해도 알짜 흥행을 계속해온 뉴(NEW)는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름을 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석빙고의 얼음을 훔치는 도둑들의 이야기. 뉴 측은 ‘최소 500만’을 목표로 잡았을 정도로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퀵’ ‘7광구’ ‘고지전’ 등 100억 원 대 한국영화가 개봉했지만,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은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깔린 박해일 주연의 사극 ‘최종병기 활’이었다. 롯데의 야심작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장르가 같은 사극에 개봉일이 8월초로 겹치는 점이 난제다.

배급사 뉴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 왼쪽)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지난해 ‘최종병기 활’의 흥행을 재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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