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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뮤지컬 스타의 안방극장 공습. 요즘 TV의 최신 트렌드다.
무대에서 화려한 춤과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던 배우들의 TV 진출은 양적, 질적으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스타 박혜미는 '하늘이시여'로 TV에 진출,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MBC 주말 사극 '신돈'으로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딛은 오만석의 활약도 눈에 띈다. KBS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로 TV스타로 급부상한 오만석은 최근 '포도밭 그 사나이'의 연출자 김영조 PD가 연출하는 새 작품 KBS2TV '드라마시티' '변신'편의 우정 출연을 결정지었다.
이 밖에도 TV에 진출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뮤지컬 스타는 넘쳐 난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드라큘라' 등으로 이름을 날린 뮤지컬 스타 신성록은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단숨에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렸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로 스타덤에 오른 정다운은 KBS 2TV '행복한 여자'에서 윤정희의 남편 역으로 열연을 펼쳐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고 있다.
◇ 빛 바랜 '스타 파워'의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
왜 이토록 드라마는 뮤지컬 배우를 선호하고, 또 그들을 기용 못해 안달인 걸까?
KBS1TV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은 지명도 높은 톱스타를 기용하지 않았음에도 8주 연속 주간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역시 지명도보다 '실속있는' 연기자로 배역진을 구성한 '행복한 여자'도 높은 시청률을 과시해 보이며 인기 몰이에 한창이다.
반면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 화려히 TV에 얼굴을 비춘 강수연, 이미연, 고소영 등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으며 저조한 시청률로 실망을 주었다.
뮤지컬 스타의 TV진출에서 최대 성공 사례로 꼽히는 박해미도 달라진 드라마계 판도를 여실히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박해미는 "과거에도 무수히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TV로 진출하길 원했으나 아무도 우리를 눈여겨봐 주질 않았다"며 "최근에 들어서야 제작진 쪽에서 뮤지컬 배우의 TV 스타로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게된 듯 하다"고 했다.
박해미는 또 "스타파워가 유명무실해진 요즘, 방송사 측에선 대안으로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을 것이고, 기왕이면 이미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된 뮤지컬 스타를 선호하게 된 것 아니겠냐"며 뮤지컬 스타의 TV 기용붐과 관련 자신의 생각을 밝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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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무대에서 단련된 순발력, TV 적응에 유리
김영조 PD는 "나를 비롯 많은 연출자들이 기존의 스타들에게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며 "조금만 떴다 싶으면 불성실한 자세로 배우로서의 정도를 걷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스타들에게 실망한 탓도 적지 않았다"고 뮤지컬계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영조 PD는 또한 뮤지컬 배우에 앞서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활발하게 진출했던 연극 배우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나름의 원인을 분석했다.
"TV는 영화와 달리 배우의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라고 말문을 뗀 김영조 PD는 "연기 집중력에서는 연기의 깊이를 따지는 연극 배우가 나을지 몰라도 순발력 면에선 뮤지컬 배우가 TV 적응력이 더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의 TV 진출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더 붐을 이룰 전망이다. 스타들의 이름값만으로 작품을 보아달라 강요하기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예전처럼 녹록치 않다.
이제 안방극장에서 살아 남을 방법은 오로지 실력을 키우는 일 뿐. TV 스타가 안방극장을 더이상 뮤지컬 스타에게, 혹은 가수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연기에 대한 근성을 다시금 되찾는 수밖에 없다.
기존 스타들이 방심한 사이 뮤지컬 스타들의 안방극장 침범은 더욱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며 영역을 확대해갈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