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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제는 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여는 첫 영화제로, ‘정상화’에 총력을 쏟았다. 영화제가 ‘정성화 원년’을 선언하며 힘차게 출발을 했지만, 기껏 쌓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지난 4년의 흑역사를 단숨에 극복할 수는 없었다.
화합의 의미가 부족했다. 올해 영화제는 정상화 못지않게 화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함께 있는 모습이 기대됐다.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탄압에, 전임 시장에 대한 영화계의 분노가 깊었고 김 전 이사장은 그로 인해 불명예 퇴진했다. 두 사람의 참석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방북 일정으로, 김 전 이사장은 이용관 이사장의 삼고초려에도 끝내 개막식에서 볼 수 없었다. 올해 영화제가 화합의 의미까지 있었던 만큼 두 사람의 부재는 아쉬웠다. 올해 회고전의 주인공인 이장호 감독은 “김동호 전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영화제가 김동호, 강수연 전 위원장을 끌어안고, 다시 영화제에 애정을 갖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화의 노력과 의지가 돋보였다. 이를 위해 많은 영화인이 부산을 찾았다. 임권택 감독·이장호 감독·정지영 감독·이준익 감독·김용화 감독과 신성일·안성기·윤여정·김희애·이나영·현빈·장동건·박해일 등 감독과 배우들이 축제를 빛냈다. 특히 보이콧 때문에 영화제 발길을 끊었던 감독들의 참여는 눈길을 끌었다. 이무영 감독은 “(영화제) 도둑들을 몰아내고 이렇게 영화제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좋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잘 뻗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의 친목과 교류의 장인 ‘밤’의 부활은 태풍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 활력을 돋웠다. 해운대 일대에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덱스터스튜디오 스튜디오N 등 투자배급사 및 제작사에서 마련한 파티와, 비공식적으로 영화제를 찾은 영화인들의 술자리는 축제에 흥을 더했다. 한 영화계 인사는 “마켓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밤 행사들이 부활하고 감독들이 다시 오니 영화제가 다시 활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