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선수들이 모자에 빨간 리본을 달고 경기한 이유

작년 8월 하와이 산불 피해 복구 돕기 위해 동참
리키 파울러는 특별 제작한 모자 쓰고 경기
모리카와는 작년부터 버디할 때마나 기금 적립
임성재, 김시우 등도 빨간 리본 달고 경기
  • 등록 2024-01-09 오전 12:10:00

    수정 2024-01-09 오전 12:10:00

콜린 모리카와가 작년 8월 발생한 하와이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을 돕자는 의미로 모자에 빨간 리본을 달고 경기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카팔루아(미국 하와이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마우이 주민들도 힘내셨으면 좋겠다.”

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2024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 더센트리(총상금 200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크리스 커크와 악세이 바티아 그리고 잰더 쇼플리는 모자에 빨간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개막일 첫날부터 모자에 빨간색 리본을 달았다.

선수들이 빨간색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8월 산불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 주민을 돕고 응원하기 위해서다.

하와이 카폴레이 공항에서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로 가다 보면 지난해 8월 화재로 피해가 큰 리하이나 지역을 지나간다. 화재 지역은 높은 펜스로 가려져 있지만, 이따금 검게 그을린 주택 등이 눈에 들어와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실감했다.

하와이 산불은 미국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대형 화재였다. 100여 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약 5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가 컸던 만큼 여전히 복구 중이다.

PGA 투어는 올해 대회를 두고 고민했다. 고심 끝에 산불 피해 주민을 돕고 응원하는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대회 개막에 앞서 “하와이 화재 복구를 돕고 싶고 이를 통해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와이의 산불 피해에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부모가 하와이 출신인 콜린 모리카와는 지난해 8월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대회 때부터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 기금 마련을 위해 버디 1개당 2000달러(약 263만원), 이글 1개당 4000달러(약 526만원)를 적립하고 있다.

리키 파울러도 기금 마련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 기간 특별한 모자를 썼다. 파울러는 메인 후원사의 모자 대신 영문 ‘L’자가 새겨진 스냅백을 썼다. L자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첫 글자다. 파울러의 후원사가 만든 이 모자는 대회 기간 일반 갤러리에게 개당 40달러에 판매했고, 대회가 끝나기 전에 매진됐다. 모자를 판 수익금 전액은 산불 피해 지역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 선수들도 피해 복구에 동참했다. 임성재와 김시우, 안병훈, 김주형 등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 모두 모자에 빨간 리본을 달았다.

임성재는 대회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마우이 산불화재로 큰 사고가 나 선수들이 마음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선수들 모두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노력할 테니 마우이 주민들도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PGA 투어 선수들은 지난해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는 의미로 파란색과 노란색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선수들은 “하루빨리 전쟁을 멈추고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기부금을 모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펼치고 있는 국제아동기구 유니세프에 전달했다. PGA 투어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하와이 산불 피해 복구 기금을 마련에 나선 리키 파울러가 PGA 투어 개막전 더센트리 대회 기간 내내 특별히 제작한 모자를 쓰고 경기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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