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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의 등장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판도를 바꿨다. 그동안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초반 선수들이 강세를 이룬 투어에서 30대 늦깎이 성공신화가 됐다.
배소현은 1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 원)에서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보겸을 꺾고 시즌 3승에 성공했다.
KLPGA 투어에서 만 30세 이상 선수가 단일 시즌 3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88년 정길자(당시 30세 3승) 이후 무려 36년 만이다. 배소현의 3승이 더욱 눈부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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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은 꽃을 피운 대기만성 선수다. 그는 이른바 엘리트 골프 선수 출신은 아니었다. 주니어 시절에도 국가대표와 국가상비군을 거치지 못했을 정도로 평범했다. 골프를 시작한 것도 중학교 3학년으로 또래와 비교하면 4~5년 늦었다. 2011년 프로가 됐지만, 긴 시간 무명으로 보냈다. 지난해까지는 단 한 번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오래 무명의 시간을 보냈던 배소현이 31세의 나이로 투어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배소현은 꾸준한 노력과 과감한 변신을 꼽았다.
배소현은 “아카데미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많이 보고 배웠다”라며 “다른 선수들이 일본이나 미국 투어에 다니면서 얻은 경험을 듣고 나도 더 많이 성장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시우 스윙코치는 배소현의 장점을 두 가지로 꼽았다. 바로 성실함과 낙천적인 성격의 긍정 마인드였다.
이 코치는 “배소현 선수는 정말 꾸준하고 성실한 선수다”라며 “대부분의 선수가 2부 투어로 떨어지면 실망하고 낙담하기 마련이다. 배소현 선수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함께 운동하는 동안 고진영, 박현경 등 다른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러워하고 실망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본인이 해야 할 건 다 하는 꾸준한 선수였다”라고 배소현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는 실망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티를 내지 않았고, 1부를 뛰나 2부 투어에서 활동하더라도 묵묵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왔다”라며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묵묵히 훈련해온 노력이 지금의 우승으로 이어졌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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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규투어에 처음 올라왔던 시기 배소현의 기록은 평범했다. 드라이브샷 평균거리는 242야드로 전체 71위, 페어웨이 안착률 70.7%(89위), 그린적중률 69.1%(76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2021년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44.8야드(15위), 페어웨이 적중률 74.3%(51위), 그린적중률 70.2%(63위)로 상승했고,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49.8야드(8위), 그린적중률 72.4%(12위)에 이어 올해는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53.1야드(6위), 그린적중률 76.35(10위) 등 장타와 정교함을 갖춘 선수로 서서히 성장했다. 그 덕에 경기력은 훨씬 탄탄해졌다. 2017년 18홀 기준 평균 버디는 2.25개로 전체 102위, 평균 타수는 73.9타로 오버파를 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라운드당 버디 3.633개로 10위, 평균타수 70.8타로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즉, 3라운드 기준 10언더파 이상, 4라운드 기준 13언더파 이상 꾸준하게 칠 수 있는 강자로 거듭났다. 나이가 들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스로 발전해 나간 결과다.
배소현은 3승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황중곤 선수가 ‘우승은 하면 할수록 더하고 싶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라며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정도로 성취감이 크다. 그래서 우승을 많이 하고 싶다”라고 더 많은 우승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3라운드 대회에서만 우승했는데, 다음은 4라운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이고, 그 후엔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배소현의 성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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