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 진한새 작가가 바라본 인간의 신념과 외로움 [인터뷰]

  • 등록 2022-10-20 오전 6:00:00

    수정 2022-10-20 오전 6:00:00

진한새 작가.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요즘 청년들을 보면 어떤 특정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기보단 이들이 가진 다양한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전여빈 씨가 맡은 주인공 지효 캐릭터를 구상한 지점도 거기서 시작됐죠.”

넷플릭스 ‘글리치’를 통해 UFO 미스터리를 소재로 두 여성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 진한새 작가가 평범하고 의심많은 지효(전여빈 분)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구상한 이유를 묻자 나온 대답이다.

진한새 작가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 나이대 청년들이라면 생각해봤을 법한 고민, 작가인 내가 먼저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며 “공감이 되는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사회 속에서 펼치는 모험을 그리고자 했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감독 노덕)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친구 보라(나나 분)가 흔적도 없이 지구에서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그렸다.

이야기는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외계인을 추적하는 SF로 시작하지만, 이내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파헤치는 미스터리극으로 변주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모험을 겪으며 돈독한 신뢰와 우정을 쌓는 두 친구 지효와 보라의 외적, 내적 성장기가 극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UFO 괴담, 종교,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 일, 사랑 등 일상에 널린 소재들을 에피소드 곳곳에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믿음’이란 무엇인지, ‘믿음’을 둘러싼 인간관계와 외로움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질문을 던진다.

진한새 작가는 두 여성의 모험기를 ‘UFO’란 소재를 활용해 그리게 된 계기로 아내의 어린 시절 경험을 꼽았다. 그는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소재를 떠올렸다. 아내가 아주 어릴 때 장모님과 손을 잡고 길을 가다 UFO를 본 적이 있다더라”며 “UFO의 존재를 믿지 않는 저는 그게 어떻게 진짜일 수 있겠냐며 옥신각신했는데 그 과정 자체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졌고, 충분히 이야기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실제 본인은 UFO와 외계인의 실체를 믿지 않는다는 반전 답변도 나왔다. 그는 “믿고 있지 않는데도 UFO 미스터리는 제가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소재”라며 “내 믿음을 깨부술 수 있는 증거를 제 자신 스스로가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리치’에선 보라가 운영하는 영상 채널 ‘달꾸녕tv’와 ‘UFO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국 인터넷 문화의 근간을 이룬 다양한 온라인 밈 용어 및 대사들이 난무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진한새 작가는 이에 대해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인터넷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관찰한다”며 “처음부터 인터넷 문화를 녹이려 염두에 뒀다기보단 이야기에 살을 붙일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을 찾다보니 이런 부분들도 끌려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주인공인 지효, 보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주인공 지효 역은 처음부터 전여빈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진한새 작가는 “유튜브를 통해 전여빈 씨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출연한 영상을 본 후 그 눈빛에 빠져 한동안 빠져나올 수 없었다”며 “지효 캐릭터랑 잘 맞을 것 같아 푸시했는데 진짜 캐스팅될 줄은 몰랐다. 제가 몰랐던 지효의 면모를 배웠을 정도로 전여빈 씨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끊임없이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는 지효에겐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 온전히 믿어주는 단짝 친구 보라가 있다. 진한새 작가는 보라가 지효를 대하는 태도와 믿음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라가 외로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보라는 UFO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 시절 지효의 영향을 받아 진심으로 외계인이란 존재에 꽂힌다”며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친구는 어느 순간 그 이슈에 관심을 꺼버린다. 거기서 외로움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라가 지효의 모험에 동행한 목적은 잃어버린 공동의 신념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지효와 보라의 관계가 우정을 넘어 ‘사랑’을 의미한다는 해석들도 나온다. 다만 진한새 작가는 이에 대해 “우정, 사랑 어느 하나에 규정되는 관계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라며 “대체할 용어가 없는 지효와 보라만의 관계로 비춰졌으면 했다”고 해석을 열어뒀다.

지효와 보라가 지닌 믿음의 타이밍이 엇갈리는 과정을 통해 ‘신념’의 생명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다니고 어떨 때는 효력을 다하는 생명을 가진 대상처럼 신념을 묘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간수업’, ‘글리치’를 통해 넷플릭스와 두 차례 호흡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어떤 면에서는 글을 쓰는 저보다 넷플릭스가 더 선구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갖춘 조직이란 생각도 든다. 넷플릭스와 회의하며 오히려 표현을 더 독려받고 용기를 얻어간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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