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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출연부터 스토리텔링까지
범죄사건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KBS1 ‘추적 60분’ 등 사건을 추적하고 진실을 쫓는 ‘탐사 보도’ 포맷으로 시사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최근 예능에서 선보이고 있는 방식은 다르다. 사건을 겪은 한 인물의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범죄자의 성장 과정과 심리를 파헤치는 ‘이야기화’된 형식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시즌3까지 이어지고 있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다.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스토리텔링해 각자의 친구에게 1:1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성은 시청자들이 사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건에 빠르게 몰입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사건을 기억하는 인물들의 인터뷰와 사건과 관련된 소품이 등장하며 풍성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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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채널 ‘용감한 형사들’은 다양한 범죄 예능 속에서 현직 형사들이 출연한다는 차별점을 띈다. 형사들이 출연해 범죄와 관련된 생생한 에피소드부터 예방법 등의 정보, 의미 등을 짚어준다. 특히 미제사건이 아닌 처벌을 받은 사건들을 다뤄주면서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로 인한 안도감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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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에 다수 나타난 범죄 심리 예능은 기존에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 ‘추적 60분’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과 등장 배경이 다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송가에는 스튜디오 중심의 예능이 선호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들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 범죄 예능이다.
한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는 최근 범죄 예능의 경쟁적 증가에 대해 “일부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2등 전략을 목표로 제작을 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근 뉴스 등을 통해 자극적인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범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범죄 심리 예능은 실제 발생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단순히 이를 재구성하고 전달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된다. 사건과 관련해 아픈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전개하는 것은 2차 가해의 우려가 있다. 또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방의 효과도 지녀야 한다.
김 평론가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경우는 미제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범죄 예능은 여타 예능 소재와는 다르기 때문에 공익적 예능을 지향하지 않으면 의미도 시청률도 가치가 없을 것 같다”고 일침했다. 이어 “범죄 사건을 다룰 때의 방식도 중요하다”며 “자극적으로 공포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얼마나 원하는 내용이고 원하는 방향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