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냐오차오’를 밝히던 성화가 꺼지고 베이징올림픽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7일 동안 선수들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올림픽 감동의 드라마는 아직도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스포츠칸은 이번 올림픽을 빛냈던 5명(팀)의 ‘올림피언’을 선정해 베이징 축제의 무대를 되돌아본다. 영광의 얼굴로는 야구의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 주인공 한국 야구대표팀, 한국 수영의 샛별에서 세계 속의 스타로 부상한 박태환, 세계를 들어올린 역사 장미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 올림픽 8관왕의 주인공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선정됐다.
◇ 미래가 있어 더욱 부푸는 아시아 희망
아테네올림픽이 열린 4년 전만해도 상상이나 했을까. 수영, 그것도 자유형에서의 올림픽 금메달. 박태환(19·단국대)이 한국 사람이 만화에서나 그리던 꿈을 실현했다.
박태환은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의 놀라운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더니 200m 결승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과거 주종목이던 1500m에서는 예선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가슴아파하기에는 이미 달성한 업적이 너무 대단했다.
흥미로운 것은 박태환 또한 펠프스처럼 허약한 어린 시절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박태환은 어린 시절부터 천식을 앓았다. 의사로부터 수영이 좋다는 처방을 받고 치료 목적으로 수영장을 찾았다. 펠프스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를 위해 수영장을 찾았던 것처럼.
펠프스가 그랬듯이 수영장을 찾은 박태환은 ‘물 만난 물고기’였다. 박태환의 어머니 유성미씨(51)는 “태환이가 그렇게 수영을 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물 타는 능력은 다른 아이들을 압도했다. 좋은 코치를 찾다가 7살에 노민상 대표팀 감독을 만났고, 수영선수로 자질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이후 소년체전에 나갈 때마다 쉽게 우승을 했고, 본격적으로 수영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실패는 오히려 보약이었다. 당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출발 신호가 나기도 전에 물 속에 몸을 던지며 실격했다. 곧바로 화장실에 숨어 눈물을 흘리던 소년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박태환은 앞으로 어디까지 헤엄쳐 나갈 수 있을까. 키 183㎝에 몸무게 75㎏. 190㎝를 넘는 펠프스나 해킷 등 보통 수영선수들의 신체조건에 비하면 약점을 안고 싸워야 한다. 발도 27㎝로 펠프스의 35㎝에 비하면 아기발. 그러나 박태환은 양팔을 쭉 편 채 물을 잡아당기는 스트로크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이는 등 신체조건의 약점을 이미 극복해 나가고 있다. 상체가 발달되고 엉덩이가 작아지는 등 후천적 노력에 의한 신체 변화도 눈에 띈다.
박태환에게 베이징올림픽은 출발점. 그래서 그의 미래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