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베테랑2'… 사이다 대신 '진짜 정의'를 묻다

600만 돌파 눈앞… 천만 향해 흥행 질주
더 끈끈해진 황정민과 원년 멤버들
'빌런' 정해인 연기 변신 호평
전편 분위기 완전히 뒤집는 모험
9년의 고민 담긴 묵직한 메시지
  • 등록 2024-09-26 오전 6:00:00

    수정 2024-09-26 오전 6:00:00

영화 ‘베테랑2’ 스틸컷.(사진=CJ ENM)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가 침체기에 빠진 가을 극장가에 단비를 선사하고 있다. 개봉 9일 만에 500만명을 넘어 600만 돌파를 바라보는 가운데 ‘파묘’, ‘범죄도시4’를 잇는 올해의 세 번째 천만 영화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테랑2’는 속편이지만 전편의 분위기와 미덕을 완전히 뒤집는 모험을 감행해 흥행 성공을 거둬 결실이 더 뜻깊다. 시리즈물의 필수 요소인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을 둘러싼 원년 감초들 특유의 매력은 잃지 않으면서,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의 내적 성장과 새로운 형태의 빌런을 통해 ‘정의’에 대한 주제 의식을 더욱 깊고 넓게 확장했다는 호평이다.

영화 ‘베테랑2’의 한 장면(사진=CJ ENM)
영화 ‘베테랑2’의 한 장면(사진=CJ ENM)
주인공 서도철의 귀환과 성장…묵직해진 메시지

지난 13일 개봉한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2015년 개봉해 1340만 관객을 동원했던 ‘베테랑’의 속편으로 류승완 감독이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흥행 성공 비결은 우선 황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서도철을 비롯한 강력범죄수사대 원년 멤버들의 귀환이 전편을 사랑한 관객들의 팬심을 충족시켰다는 점에 있다. 9년 만에 속편을 내놓았듯, 영화 속 시점도 똑같이 9년이 흘러 세월의 변화를 녹인 점이 눈에 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9년 동안 류승완 감독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극 안에서 9년의 세월을 겪은 주인공 서도철의 모습에 다 담겨있다”며 “강력범죄수사대 팀원들, 아내 주연(진경 분) 등 더 노련하고 끈끈해진 서도철과 원년멤버들의 관계성이 유쾌함과 반가움을 자아낸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쇄살인 사건을 겪으며 형사로서, 인간으로서 고뇌를 겪는 서도철이 이들의 든든한 지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메시지에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과 호불호도 극명히 엇갈린다. 통쾌한 권선징악으로 사이다 매력을 선사한 1편과는 다른 무거운 주제의식이 일각에 생경하게 받아들여져서다. ‘베테랑’ 1편에서는 서도철이 권력·재력을 쥔 빌런 조태오(유아인 분)를 흔들고 압박하는 과정에 미디어의 힘, 대중의 관심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었다. 극 후반 서도철이 조태오와 일대일로 붙는 장면은 폐쇄회로(CC)TV, 시민들의 촬영을 기반으로 검거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베테랑2’는 앞서 서도철의 정의구현에 도움을 줬던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오히려 수사와 진실 규명에 혼선을 준다. 극 중 연쇄살인범 해치가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죄를 저지른 사람만 해친다는 소문, 해치를 영웅화해 법적으로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죄인을 사적제재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사이버 레카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영화 ‘베테랑2’의 한 장면(사진=CJ ENM)
영화 ‘베테랑2’의 한 장면(사진=CJ ENM)
정의 향한 반성문같은 작품…빌런 정해인 열연 호평

류승완 감독은 속편의 취지에 대해 “대중이 환호한 1편 속 ‘사이다 장면’들을 나도 통쾌히 즐겼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게 맞나?’ 생각이 들더라”며 “어떤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난의 대상이 된 가해자와 사실상의 피해자가 뒤바뀐다. 우리가 순간순간 일으키는 분노, 스스로 정의라 생각했던 일들이 과연 옳은 건가. 9년이란 시간 안에 쌓인 이 고민을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외면할 순 없었다”고 고백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기존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고, 감독의 고민과 성장을 솔직하게 녹인 반성문 같은 속편”이라며 “진화를 보여줬단 점에서 시리즈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용기 있게 실천했다”고 평했다.

정해인이 분한 박선우도 절대악이던 전편 빌런 조태오와 비교해 색다르고 모호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란 평가다. 막내 형사로서 서도철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수사에 의지를 불태우지만, 범인이 의식을 잃을 수준으로 무자비하게 제압하는 모습이 어딘가 모를 섬뜩함을 유발한다. 여기에 전편의 부담을 딛고 캐릭터를 충실히 해석해 빌런으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정해인의 연기 변신 및 활약이 ‘베테랑2’의 입소문 열기를 부추겼단 극찬이 이어진다.

영화 프로듀서 A씨는 “정의라 믿는 신념에 지배된 인물인지, 무자비한 사이코패스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박선우란 캐릭터를 섬뜩한 안광 변화로 표현해냈다. 지금까지 정해인의 필모그래피에서 본 적 없는 모습”이라며 “정해인과 황정민이 펼치는 대립 케미스트리가 류승완 감독 특유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액션 시퀀스와 시너지를 빚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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