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을 흔들고 있는 건 누구인가

  • 등록 2011-07-20 오전 7:45:11

    수정 2011-07-20 오전 8:19:53

▲ 김광현.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19일 SK 에이스 김광현이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쓰러진 이유가 뇌경색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야구계가 술렁였다. 

SK 구단은 곧바로 "당시 김광현의 병명이 가벼운 안면마비였다고 발표했지만 김광현의 병명이 뇌경색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고,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그러나 이 사실이 9개월여가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논란이 될 문제인지, 나아가 과연 세상에 알려져야 할 사안이었을지 의아스럽다.  

김광현은 올시즌 좀처럼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4승6패 평균 자책점 5.14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중이다.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으며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뇌경색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우내 기본적인 투구 훈련량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부진이 모두 뇌경색 탓이며, 선수로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논리 전개는 억측에 가깝다. 

김광현의 발병과 치료 및 재활 과정을 풀어보면 그 부분은 명확해진다.

김광현은 발병 이후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안면 마비 증상만 남았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그러나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임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외부엔 단순한 안면마비 정도로만 알려지자 곱지 않은 시선들이 김광현을 괴롭혔다.

그때 병명을 공개했다면 여론은 저절로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성근 SK 감독이 김광현의 아버지를 직접 만나 논의한 뒤 '비공개'를 결정했다. 전도 유망한 한 젊은 투수의 장래에 도움될 것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완치 가능성이 없었다면, 또 마운드 복귀가 재발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면 병명을 비밀에 붙이거나 복귀를 준비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그런 비정한 아버지는 없다.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한국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일본으로 김광현을 보내 재차 검진을 받도록 했다.

날이 찬 한국을 떠나 오키나와에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훈련 단계가 조정될 때마다 검진을 받게 했다. 구단 역시 이를 모두 지원했다. 한국과 일본 병원의 최종 진단은 모두 "야구를 다시 해도 좋다"였다.

뇌경색이 김광현의 운동 능력을 떨어트린 것이라면 지금 그는 베이스볼 클리닉이 아니라 진짜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 김광현은 지금 아픈 몸을 추스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다시' 만들고 있다.   많은 운동량은 뇌경색의 재발 위험성을 떨어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다.

오히려 뜬금없는 논란이 힘겹게 자신을 추스리고 있는 김광현에게 공연한 짐이 되진 않을지가 걱정이다.

*덧붙이기 : 1년 전 쯤이었을까. 한 여성 방송인의 눈물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암투병 전력이 외부에 알려졌던 것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며 울었다.

세상은 그와 남편의 사랑,그리고 암을 극복한 것을 애틋하게 포장해주려 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원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초기에 발견이 됐고 그리 큰 병도 아니었다. 담담하게 이겨내고 또 씩씩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내가 처음 발병 소식을 들었을 때의 절망과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 만으로도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19조는 환자의 병력에 대한 의료인의 비밀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세상의 입놀림이 사람에게 병보다 더 큰 아픔이 될 수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뜻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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