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이유있는 고집, '천년학' 4월12일 개봉

  • 등록 2007-03-13 오후 3:57:08

    수정 2007-03-13 오후 4:51:53

▲ 영화 ""천년학""의 두 주인공 조재현(왼쪽)과 오정해

[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어느 쪽을 둘러봐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50여년 동안 카메라 뒤에서 메가폰을 들고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노감독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임권택 감독(72)의 100번째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영화 '천년학'(제작 키노투)의 개봉이 4월12일로 확정됐다.

4월은 뜨거운 경쟁의 설 연휴를 지난 뒤 영화계가 숨을 고르는 대표적인 비수기. 대개 이런 비수기에는 흥행대작과 경쟁하기에 버거운 규모가 작은 영화나 예술성을 앞세운 영화들이 극장에 개봉한다. 상대적으로 흥행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고 개봉관을 잡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노감독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개봉하는 4월12일은 공교롭게도 그런 '무풍지대'가 아니다.

외딴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박해일, 박솔미, 성지루 주연의 한국영화 '극락도 살인 사건', 미국 인기 만화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고스트 라이더', 양조위 금성무와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 등 중화권 '드림팀'이 집결한 '상성' 등이 모두 4월12일 개봉한다.

당초에는 '트레인스포팅' '비치' '28일후'의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SF '선샤인'도 이날 개봉이 잡혀 있었으나 19일로 한 주 연기됐다.

하지만 3편 모두 저마다 영화의 특색이 뚜렷하고 흥행적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는 젊은 관객층의 구미에 어필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원로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이 개봉하며 마주치는 상대로 결코 간단치가 않다. 아니, 흥행 경쟁면에서는 버겁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사실 '천년학'은 기획 단계부터 적지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스타 배우의 캐스팅과 대중적인 소재가 영화 투자를 결정짓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과 베를린 영화제 명예황금곰상에 빛나는 임 감독의 이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판소리를 다룬 영화의 소재가 대중적이지 못한데다 빅스타도 출연하지 않아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려 제작이 좌초될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뜻있는 영화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선 끝에 '천년학'의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진통 끝에 개봉하게 된 상황이라면 좀 더 좋은, 안정된 시기를 택할 수도 있었다. 특히 해외 영화제에서 명망이 높은 임감독의 위상을 감안하면, 해외 수상소식이 전해온 뒤 이른바 '영화제 특수'를 기대하며 개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천년학'이 굳이 4월12일 개봉한 데는 임권택 감독의 남다른 '고집'이 작용했다.

'천년학'의 4월 개봉을 요청한 임권택 감독'천년학'은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프랑스 배급사와 해외 배급 계약을 맺었다. 5월에 열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측은 2005년부터 '천년학'의 출품을 종용해 왔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임 감독이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확정적이다.

임권택 감독은 지난 연말 '천년학'의 촬영을 마무리한 후 "칸 영화제 전에 국내에서 개봉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영화사측에 밝혀 왔다. 해외 영화제 호평에 안주하기 보다 먼저 당당하게 국내 영화 팬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칠순의 나이를 잊게 하는 노익장이 4월12일 개봉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인 '서편제'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이청준의 소설이 원작이고, 임감독과 영원한 스크린 동지인 정일성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주연은 조재현과 오랜만에 임감독의 작품에 모습을 보이는 오정해. 영화의 음악은 재일교포 크로스오버 음악인 양방언이 담당했다.

눈이 먼 슬픔과 사랑의 아픔을 소리에 담아내는 여자 송화와 그녀를 사랑해 고수가 된 동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임권택 특유의 진득하고 여백짙은 영상에 담겨 있다.

고희에 들어선 노감독의 이유있는 고집이 과연 4월 극장가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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