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최경주가 남긴 것 "인내하고 경험하고 도전하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로 국내 일정 마무리
후배들과 경쟁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 선보여
"코스에서 인내하는 성실한 자세" 강조
"다양한 경험, 도전하는 모습 중요"
  • 등록 2024-10-08 오전 12:00:00

    수정 2024-10-08 오전 12:00:00

최경주가 6일 경기 여주시 페럼 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 10번홀에서 홀아웃한 뒤 손을 들어 응원하는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최경주 선배를 보며 생활 습관을 바꾼 게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가 됐습니다.”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의 꿈은 최경주처럼 되는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50대에도 활발하게 투어 활동하는 롱런을 꿈꾼다.

6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은 최경주를 보며 생활 습관을 바꿨고,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PGA 투어 도전의 꿈을 다시 펼치겠다며 ‘제2의 최경주’가 되기를 희망했다.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후배들의 깊은 영감을 전달하는 ‘골프 전도사’가 됐다.

인내하고 참고 견디는 법 배워라

이번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나흘 내내 긴 전장과 깊은 러프, 그리고 빠른 그린에서 혹독한 경기를 펼쳤다. 126명의 참가 선수 중 겨우 15명만이 언더파를 기록했을 정도로 난코스였다. 하지만 최경주는 “이 정도 코스 세팅은 PGA 투어에선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주가 난코스를 통해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인내’다. 그는 “경기하다 보면 한두 홀에서 막 칠 때도 있는데 그러면 습관이 된다. 장담하건대 나는 컷 탈락이 결정된 경기에서도 대충 친 적이 없다”라며 “화를 내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성실하게 경기할 것을 주문했다.

난코스에선 예상하지 못한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반복되면 화가 나기도 하고 경기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만, 참고 기다리면 충분한 보상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대선배의 조언에 상금랭킹 1위 김민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김민규는 “그동안 경기 중에 안 풀리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다가도 화를 낸 적이 많았다”라며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깨달았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라고 마음에 새겼다. 김민규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3위를 기록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라

482야드의 파4 홀에선 나흘간 단 36개의 버디가 나왔다. 반면 보기는 119개, 더블보기 34개, 트리플 보기 이상은 4개나 쏟아졌다. 이번 대회 최고난도를 기록한 2번홀의 성적표다.

전체 코스 난도도 높았다. 티샷의 정확성을 좌우하는 페어웨이 폭은 20~21m로 좁았다. 잔디의 길이는 페어웨이 18mm, 페어웨이와 가까운 A러프 35mm, 깊은 러프는 90mm 이상이었다. 공이 페어웨이 가까운 러프에 떨어졌을 땐 온그린 공략이 가능하지만, 깊은 러프에선 거리를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최경주는 “2번홀 전장이 480야드가 넘는데 요즘 추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PGA투어나 DP월드투어 같은 경우 520야드의 파4 홀도 있다. 18홀 코스에 480~490야드의 파4 홀이 보통 4개나 배치되기도 한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경기력을 향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에선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라며 “전장이 길고 러프가 무성한 코스에서 경기하면 페어웨이를 지키는 능력, 긴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방법 등을 익힐 수 있다. 또 상황에 맞는 샷메이킹 능력이 좋아지고 어떤 코스에 가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라고 더 다양한 능력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도전하라

“당장 PGA 투어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바로 도전해 보고 싶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승에 챔피언스 투어 2승을 거둔 최경주의 눈빛은 선수 시절처럼 빛났다. 쉰이 지난 나이에도 그는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최경주가 정상급 선수로 롱런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다.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선수다. 그럼에도 그는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계속해서 걷고 있다. 골프선수로는 황혼이 지난 54세의 나이. 20대와 30대 선수가 즐비한 PGA 투어에서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은 연령대다. 그래도 최경주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잘 준비하겠다”라며 “PGA 투어에서 경쟁하려면 드라이버 거리가 지금보다 15야드 정도는 더 나가야 한다. 관건은 몸을 잘 만드는 것인데, 남은 시즌 잘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경쟁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의 이같은 도전 의지는 동료 후배에게도 큰 자극제이자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31) 또한 “아직 PGA 투어 도전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라며 “서른 살에 PGA투어에 진출한 최경주 선배를 보면 저도 늦지 않았다. 더 노력해 큰 무대에 가고 싶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나흘 간 후배들과 경쟁한 최경주는 “계속해서 도전하라”고 주문하면서 1,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장유빈 등 몇몇 선수의 재능엔 엄지를 세웠다.

최경주는 “장유빈 선수를 보니 플레이 결정이 빠르고 몸이 좋다. 또 페이드 샷을 잘 치는 게 돋보였다”라며 “조금씩 성장해서 큰 무대로 나가더라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이다. 경기를 보면서 굉장히 보기 좋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커 보였다”라고 칭찬했다.

최경주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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