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화 되고 있는 한류의 이면 '개그맨'

  • 등록 2013-04-01 오전 7:51:11

    수정 2013-04-01 오전 7:51:11

MBC ‘코미디에 빠지다’의 한 장면(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어디 행사 없나요?”

최근 만난 개그맨 A씨는 이 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A씨를 비롯한 개그맨 대다수에게 올해 3~4월은 유례없는 보릿고개가 될 것 같다. 배우, 가수와 함께 방송 출연자의 3개 분야의 한 축을 이뤄온 개그맨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공교롭게 올해초까지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 개그맨의 부업인 행사가 크게 줄었다. 꽤 인기가 있는 개그맨 B의 소속사 측은 “방송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행사 섭외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인지도가 낮은 개그맨들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학 축제가 열리는 5월이 되면 행사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푸념도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도 K팝, 드라마와 함께 한류열풍을 타고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개그맨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미 MC로 기반을 다진 몇몇 개그맨 외에는 아이돌 가수, 배우가 꿰차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들도 수출을 위해서는 한류스타급 아이돌가수, 배우의 출연이 필수다. 글로벌화되는 한류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게 바로 개그맨이다.

개그맨은 당장 출연할 프로그램을 잡기도 힘들어졌다. 그나마 출연할 수 있는 각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은 KBS2 ‘개그콘서트’를 제외하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 MBC ‘코미디에 빠지다’는 일요일 밤 12시에 방송된다. 토요일 밤 12시10분에 편성돼 있던 SBS ‘개그투나잇’은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웃찾사’로 제목을 변경하고 시간대를 옮긴다. 하지만 역시 시청률 확보가 쉽지 않은 일요일 오전 10시45분이다.

개그맨이 방송에 목매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얼굴을 알려야 행사 진행 등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돌잔치와 결혼식 사회, 기업체 행사,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축제 등의 무대라도 설 수 있다.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개그프로그램이라면 행사 섭외를 받기도 쉽지 않다.

개그맨은 개그 프로그램 출연료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다. 경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개그 프로그램 최저 출연료는 회당 30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달 4회를 모두 출연해야 120만원 정도다. 최고 출연료가 회당 1000만원을 넘나드는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MC들과는 비교가 안된다.

개그맨의 고충은 앞일을 내다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출연했다 그 다음회에 ‘잘리는’ 등 불확실성이 문제다. 제작진은 지속가능한 출연 영역의 보장 등을 논의해야할 때다. 5월 열리는 각 대학의 축제를 기다리는 개그맨의 가슴도 타들어간다. 개그맨도 ‘생활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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