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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지난해 대중문화 키워드는 '여자'였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부터 '조강지처클럽', 그리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까지. 대중문화계는 아내 그리고 엄마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변화상에 주목했다.
하지만 올해는 성이 바뀌어 '남자', 그 중에서도 '아버지'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아버지 열풍은 광고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아빠는 슈퍼맨!' '아빠 힘내세요!' '아빠를 부탁해' 등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광고들이 연초부터 브라운관을 가득 메웠다. 물론 이런 때 아닌 아빠찾기 열풍에는 지난 해 말부터 본격화된 불황의 영향이 적지 않다.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힘든 현실을 이겨내 보려는 이들이 많았던 탓이다.
대중문화계에선 스크린이 가장 먼저, 또 적극적으로 '아버지'를 수용했다. 상반기 이변에 가까운 흥행을 이끌어낸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그 시발점이었다. 영화는 마흔살 된 소와 팔순 농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녹아 있었다. 영화 '워낭소리' 개봉당시 이충렬 감독도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깊은 감사와 속죄의 마음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감독은 평생 자식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면서도 영화 밖에 모르던 아들에게 묵묵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아버지의 사랑을 영화 속에 모두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감독이 '워낭소리'에 담은 진심은 300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밖에도 아버지 영화들은 올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제목부터 아버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무송 박철민 주연의 영화 '아부지'가 이달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고, 김영호 유승호 고창석 주연의 영화 '부.산(父.山)'도 올 연말 관객과 만난다.
특히 '아부지'는 평생 농사밖에 모르던 아버지의 깊은 자식 사랑을 담은 영화로 올 상반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워낭소리'와 많은 부분이 닮아 눈길을 끈다.
영화 '아부지'는 농사꾼은 농사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의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게된다는 이야기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옛 농촌의 향수가 더해져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처럼 아버지 사랑에 푹 빠진 충무로. 과연 워낭소리의 울림은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2009년 스크린을 묵직한 걸음으로 수놓기 시작한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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