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실형' 고문수사관 "선처해달라"…2심서 눈물 호소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고병천 "잘못 뉘우치고 사죄"
피해자측 "1심 판결로 상처 치유…항소 기각해달라" 요청
재심서 '고문 없었다' 위증 혐의…이달 30일 선고
  • 등록 2018-08-16 오후 5:21:22

    수정 2018-08-16 오후 5:23:41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재심 재판에서 고문 사실을 부인해 위증 혐의로 기소된 전 국군보안사령부 대공처 수사관 고병천(78)씨가 법정에서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앞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피해자 측은 고씨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씨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김영학)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울먹이며 “입이 열개라고 할 말이 없다. 모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옳은 일을 실천하도록 노력하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마치겠다. 윤정헌·이종수씨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무관심을 깨닫게 해주신 재판장님과 두 분 판사님께도 감사드린다”며 “배려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고씨는 1심에서 고문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다 재판부의 구속영장 발부로 심리 도중 구속됐다. 그는 구속 후 피고인신문을 통해 과거 고문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나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이날 “고씨는 충분히 과거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할 기회가 있었지만 전혀 하지 않다가 본건 범행을 일으켰다”며 “고씨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해자측 대리인도 “고씨는 40년 동안 공직에 봉사했고 고령 등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이는 지금 나이까지 정의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40년 동안 죄 없는 사람을 불법 연행해 고문을 통해 간첩으로 조작했던 것이다. 죄질이 중할 뿐이지 감경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소심 들어 고씨에 대한 탄원서를 내는 사람들은 아마 보안사 시절 동료로 보인다”며 “과거사가 제대로 처리됐으면 벌을 받았어야 할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검찰의 늑장 수사 등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1심 판결로 조금이나마 상처가 치유됐다”며 항소기각을 요청했다.

고씨 변호인은 최종변론을 통해 “고씨가 수십 년 전에 잘못된 권력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며 “충분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다. 혹독한 죗값을 치르고 있는 고씨가 반성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고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선고된다.

고씨는 1970~80년대 재일동포 간첩단 조작사건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소속 수사관으로 유학생들을 직접 고문했다. 그는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도 “고문한 적이 없다”·“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문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처벌을 피해갔던 그는 지난 2010년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문을 한 적이 없다”는 위증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지난 5월 “고씨의 자백이 피해자 입장이나 국가의 사법질서 유지를 고려하거나, 진지하게 반성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이 들어 선처 이유로 삼기 어렵다”며 양형기준보다 높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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