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th SRE][WORST]대한항공, 오너리스크에도 웃다

등급 상향 요구 늘어나
오너리스크, 강달러 영향 미미
  • 등록 2018-05-16 오후 3:28:54

    수정 2018-05-16 오후 3:28:54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과 항공업계의 경쟁 심화에도 크레딧 시장에서 만큼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감과 재무안정성을 근거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27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대한항공은 유효응답자 188명 중 23명(12.2%)의 표를 받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가 ‘BBB+’, 한국기업평가가 ‘BBB’를 부여해 등급 차이가 발생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SRE 워스트레이팅 상위권(5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18회 때부터다. 특히 24회와 25회에서는 불명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항공사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지배력이 약해진 가운데 유가, 환율, 금리 등 대외변수로 실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등급 하향에 대한 요구가 많아진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 대한항공을 워스트레이팅으로 꼽은 23명 중 16명은 높은 등급이 적정하다는 이유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맞으면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반도체 경기 호황 등으로 운송(항공화물)사업 부문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항공업계 경쟁강도가 심화되는 추세에도 최근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조 922억원으로 전년대비 3%가량 증가했다. 순이익은 8019억원으로 전년도 556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된 것도 긍정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금 확충에 나섰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2016년 말 1178.1%에서 지난해 말 557.1%까지 개선됐다. 여기에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 등이 추진한 공사가 일단락되면서 계열사에 대한 추가출자 및 지원 부담이 줄었다. 또한 계열사 진에어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한진칼의 재무여력이 개선됐다.

최근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사퇴했지만 그들이 경영의 키맨은 아니었다”며 “잇따른 논란으로 대한항공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 여파가 재무안정성에까지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도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난 3월 말부터 5월 7일까지 원화 가치는 달러강세 여파에 1.3%(달러 인덱스 기준) 하락했다. 하지만 일본 엔화(-2.6%)와 유로화(-3.3%), 영국 파운드화(-3.4%) 등 주요 선진국 통화 절하율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원화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업계 경쟁심화에 따른 여파는 계속적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부문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NICE신평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1.9%에 달했던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시장점유율(수송 기준)은 지난해 21.7%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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