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가 줄줄이 창사 이래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가 창사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미 에어부산(298690)과 진에어(272450)가 작년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창립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을 기록했다.
LCC, 국제선 수요 줄자 잇단 최악 실적‥업계 1·2위도 못 피할 듯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어부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4배나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894억원으로 70.1% 감소했다. 대한항공 계열사이자 LCC인 진에어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이 1847억원으로 집계돼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액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2718억원으로 70.1%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904억원으로 적자가 늘었다.
LCC의 적자는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수익성이 좋은 국제선 수요는 줄고, 팔수록 적자만 나는 국내선은 LCC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여객수는 3967만1379명으로 전년 대비 213.3%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국제선 여객수는 1431만5695명으로 76.5% 감소했다. 국내선 여객수는 2535만5684명으로 24% 감소해 선방했지만, 수요에 비해 LCC 노선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잇단 특가정책으로 수익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LCC 업계의 설명이다.
화물 특수 나 홀로 영업흑자 대한항공‥LCC, 올해 턴어라운드 요원
올해 역시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요원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지 않고 있고, 해외에서는 변종 바이러스까지 속속 나오면서 해외 입국이 차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국제선 여객수는 21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3% 감소한 수준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백신공급 및 접종이 시작되고는 있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올해 역시 여객 수요에서는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항공화물 수요 급증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도 화물 운송을 확대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LCC는 별도의 화물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객기 하부 물량칸을 이용한 ‘밸리카고’를 이용하고 있어 운송 능력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지난해 LCC별 화물 운송량은 △제주항공 3만381톤 △진에어 2만9905톤 △티웨이항공 2만4533톤 등에 불과해 대한항공(13만3154톤)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매출도 적다. 실제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화물 매출은 22억원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백신 개발 및 공급으로 항공기 화물 특수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LCC는 의약품 운송 자격인 ‘CEIV 파르마’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백신 수송도 불가능하다. LCC들은 면세 상품 이용이 가능한 국제선 관광비행 운항편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탑승률과 수익률이 저조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과 나머지 항공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올해 역시 허리띠 졸라매기와 국내선 경쟁으로 버티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