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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주일 대사로 취임한 청융화(程永華) 주일(住日) 중국대사가 그해 4월 일본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첫 발언이다. 통상 일본 대사관에 부임하는 중국 대사는 일본어를 할 줄 알아도 공식석상에서는 통역을 통해 발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뉘앙스의 차이에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 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청 대사는 “성의를 보이겠다”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일본어로 답했다. 청 대사의 이 같은 태도는 당시 간담회장에 있었던 일본기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청 대사가 이처럼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일본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출신인 청 대사는 어려서부터 외국어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했고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에 파견하는 첫 번째 유학생으로 선정됐다. 그는 이후 도쿄 소가(創價) 대학을 졸업해 중국으로 돌아가 외교부에 정식 입부했다. 그는 이후 한결같이 일본을 포함한 대아시아외교 측면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1977년부터 재일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중국 외무성 아시아국 부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주일공사를 지냈다.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주한국대사 등을 거쳐 아시아 외교에서 경험을 쌓은 이후 주일대사로 취임했다. 일본 체류만 25년에 달한다.
명실상부한 일본통이었던 만큼 많은 기대를 받으며 취임한 그였지만 정작 그의 부임기간 중·일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취임한 해 바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경비선이 중국 어선 선장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거칠게 부닥칠 때마다 청 대사는 그때마다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영토”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대화와 교류만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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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 대로 멀어졌던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관계를 좁히는 데는 창 대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은 일목요연하다. 이후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이 실현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에 맞춰 방일을 조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일대사를 교체하는 것 역시 일본과의 관계가 회복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가장 엄중했던 시기를 해소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는 그의 재임 기간은 9년,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새 주일대사로 역시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도쿄 중국 대사관에서 공사 등을 역임한 ‘일본통’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다. NHK는 “중국정부가 청 대사에 이은 일본통을 주일대사로 기용함으로써 중·일관계 개선에 한층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