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리베이트는 위법”…일부만 서울고법에 파기환송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1일 퀄컴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2730억원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일부를 제외한 퀄컴 측 주장을 대부분 기각,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날 재판부는 “퀄컴 측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이 가로막혔다”며 공정위 측의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 2006~2008년 LG전자에 납품한 고성능 무선주파수(RF)칩의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선 “시장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징금 산정을 다시 할 것을 주문했다.
퀄컴은 지난 2004년 4월부터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사용토록 하면서 경쟁사 모뎀칩을 쓸 경우 로열티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모뎀칩 수요 중 일정량 이상을 자사 제품으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분기당 수 백만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조건부 리베이트`다.
공정위는 퀄컴의 이같은 영업 수단을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는 행위로 판단, 지난 2009년 7월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2732억원의 과징금 납부를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퀄컴은 이듬해 서울고법에 소송을 냈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의 경우 공정위 처분의 적법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을 맡는 2심제로 진행된다.
불공정 행위 확정 퀄컴, 1兆 추가소송·글로벌 소송에 영향
이날 대법원 판단 역시 퀄컴의 불공정 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쟁업체와 거래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사실상의 강제력이나 구속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리베이트 제공 사실 자체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06~2008년 LG전자 측에 제공한 리베이트의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었다 보기 어렵다”며 과징금을 재산정하란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조에 안팎에선 전체 과징금을 20% 안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에도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으로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1조3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퀄컴 측은 이 역시 불복해 2017년 2월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같은해 9월, 대법원은 12월에 퀄컴 측의 시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이 과징금 취소 소송 `2라운드`는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9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아울러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특허 침해와 관련된 소송을 벌이고 있는 퀄컴으로서는 이번 국내 대법원에서의 사실상 패소로 인해 다른 소송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지난 2017년 퀄컴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중국 화웨이와도 특허권을 놓고 치열한 분쟁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