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속 ‘대화’·‘비핵화’ 빠진 文대통령 축사 “강한 힘 필요”

2018년 육사·2019년 해사 찾았던 때와 대북 메시지 후퇴
'대화' '비핵화' 빠지고 "평화에는 강한 힘 필요하다"
  • 등록 2020-03-04 오후 5:59:27

    수정 2020-03-04 오후 5:59:27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졸업 및 임관식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백두혈통’ 김여정 북한 노동당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비난 메시지 등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도 다소 후퇴했다. 대북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등 남북 관계 개선의 메시지보다 전쟁 억제력으로 방점이 옮아갔다.

문 대통령은 4일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공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을 찾아 “평화에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국방예산을 꾸준히 늘려 올해 역대 최초로 국방예산 50조 원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을 찾은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 육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을 찾은 이후 2019년에는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의 임관을 격려했다.

자주국방이라는 대명제는 늘 유지됐지만 남북 관계 부침에 따라 메시지가 다소 변화됐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변곡점을 맞은 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그 해 3월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어제 북한에 특사단을 보냈다”라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지고 남북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이듬해 3월 해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을 방문했을 때는 다소 분위기가 어두워진 뒤였다. 2월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하노이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북한은 우리와의 대화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도 역시 후퇴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한결같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며 “‘평화경제’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특히, 해군에게 많은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후 1년여간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도 단절된 상황에 놓이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더욱 힘이 빠졌다. 공군사관학교를 찾은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한반도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총성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한 자주국방을 당부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쏜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우려를 밝히자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한 것이 아니라”면서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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