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서 손 맞잡은 文·金…“새 역사 쓰자”

날씨도 도운 백두산 등반…文 “소원 이뤄졌다” 감격
金 "남측인원들도 백두산 봐야지요" 평화의지 다져
천지 훤히 보이는 청명한 날씨…명장면 기억될 듯
"金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방문" 제안도
  • 등록 2018-09-20 오후 6:35:33

    수정 2018-09-20 오후 6:35:33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을 이뤄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았다. 민족의 영산(靈山)에서 함께 선 남북정상은 “새로운 역사를 쓰자”며 민족 번영과 통일 의지를 다졌다.

날씨도 도운 백두산 등반…文 “소원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남북정상이 나란히 백두산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에 앞서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2000년), 노무현(2007년) 대통령도 백두산을 밟지는 않았다.

백두산공동취재단이 보내온 백두산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다. 백두산 천지는 날씨가 변화무쌍해 1년 중 맑은 날이 20일이 못 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두 정상은 파란 하늘과 탁 트인 천지를 배경으로 서서 나란히 손을 잡고 활짝 웃었다. 전날 평양공동선언 발표와 함께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 중 잊지 못할 장면이 다시 연출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남북 두 정상 내외가 서 있는 모습은 1년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두 정상에게 천지를 내어준 백두산 기운은 민족의 하나됨과 평화의 한반도를 위한 서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기뻐한 이는 문 대통령이었다. 지난 18일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문 대통령은 “백두산에 가긴 가되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올라가겠다고 그동안 공언해왔다”며 “중국 동포가 백두산으로 나를 여러 번 초청했지만 내가 했었던 그 말 때문에 늘 사양했었는데, 그 말을 괜히 했나보다 하고 후회하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바랐던 백두산에 오른 문 대통령은 “(북한을 통해 백두산을 오르는)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며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며 활짝 웃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많은) 남측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며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될 것”이라며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남북정상 간의 대화는 맑은 날씨만큼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15만명의 평양시민이 운집한 5.1경기장에서의 연설을 떠올리며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웃으며 답했다.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은 지난 4월 1차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한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백두산은 김 위원장이 중요한 결단을 앞두고 찾았던 의미 있는 장소다. 또 북한에서 ‘백두혈통’으로 통칭되는 김일성 일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오는 김정은…한라산 방문 실현될까

백두산 등반에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제주도 한라산으로 초대하자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백두산으로 초대했으니, 우리도 이에 답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날 한라산 물을 갖고 온 김정숙 여사는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물의 반을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에 답방을 오시면 한라산으로 오셔야 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 대통령 역시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 겠다”며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에 힘을 실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겼다.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서울 답방시 한라산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마지막 날에도 평양시민과의 스킨십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백두산 인근 삼지연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자신을 반기는 100여명의 북한주민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하고 허리 굽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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