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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쌀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 확대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 대신 중·소농과 쌀 이외 작물 농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농가지원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당장 농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하지만 매년 남아도는 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을 80㎏ 산지 기준 18만8192원으로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18만8000원에서 192원(0.1%) 올린 것이다. 지난 10월25일 기준 산지쌀값은 19만3188원이다.
정부의 실질적 목표가격은 19만4000원이다. 18만8192원을 제출하면서도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걸 고려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국장)은 “공식 정부안은 18만8192원이지만 실질적으론 19만4000원”이라고 말했다.
쌀 목표가격은 정부가 쌀 농가에 직접 주는 지원금을 정하는 기준이다. 정부는 쌀 생산면적을 유지하고 농가 소득을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부터 매년 직접·변동직불금을 줘 왔다. 특히 5년에 한 번씩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실제 판매가가 여기에 못 미치면 이 중 85%를 변동직불금란 이름으로 보전해 줬다. 2016년산 땐 1조4898억원, 2017년산 땐 5393억원이 지원됐다.
정부의 기존 언급들과 비교해도 인상 폭이 작다. 문재인 대통령은 2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도 줄곧 ‘19만4000원 플러스 알파’를 언급해 왔는데 ‘플러스 알파’가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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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가 사실상 쌀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 확대는 최소화하고 매년 남아도는 쌀 문제를 근본 해결하고 지원 체계를 개편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현 직불제 개편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직불제는 대농과 쌀 중심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만큼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 농가, 중·소농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실제 전체 농가 중 쌀 농가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56%이지만 직불금의 81%를 받고 있다. 특히 쌀 재배면적 상위 6.7%의 농가가 쌀 직불금의 38.3%를 받는 반면 72.3%의 중소농은 28.8%를 수령하는 데 그쳤다. 현 직불금 제도가 오히려 쌀 과잉생산과 농업계의 소득 양극화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농업계의 쌀 목표가격 격차가 크다는 게 실제로 확인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쌀 목표가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늘 정부안보다 높은 수준에서 확정됐다. 2008년엔 정부안이 16만1265원이었으나 17만83원이 됐고 2013년에도 17만4083원이 18만8000원으로 늘었다. 농가는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김 국장은 “정당마다 주장이 달라 논의의 범위가 넓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지난달 22일 직불제 개편 없이 쌀 목표가격을 22만~24만원까지 올려버리면 2021년 이후부터는 20만원으로 정했을 때보다도 개별 농가 실제 소득은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쌀 목표가격을 높이 잡으면 공급 과잉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정부 변동직불금 지원 총액은 국제 협약에 따라 한계(최대 1조4900억원)가 있다는 게 그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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