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희롱 의혹에 대해 사실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사진 등을 보낸 사실을 볼 때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박 전 시장 측근의 성희롱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실에서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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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25일 오후 2시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한지 180일만에 내려진 결과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한 후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에 대한 면담조사(2회)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총 51명), 서울시, 경찰, 검찰, 청와대,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토대로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특히 다각도의 조사를 통해 박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과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이라는 것이다.
다만 박 전 시장 측근의 성희롱 묵인·방조 혐의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전보와 관련해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측은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은 직권조사를 요청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및 강제추행, 서울시 및 관계자들의 방조, 미흡한 피해구제절차, 고소사실 누설 경위, 성차별적 직원 채용 및 성차별적 업무 강요 등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