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상' 英제조업계 "브렉시트 협상 서둘러 달라"

제조업계, 정부에 "브렉시트 불확실성 제거해달라" 촉구
英 수출 빨간불…주문량보다 재고량 증가세 더 가팔라
제조기업 엑소더스…車업체들, 고용·투자 잇따른 취소
  • 등록 2019-03-04 오후 7:26:32

    수정 2019-03-04 오후 7:28:4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제조업계에 경고등이 커졌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영국 내 제조업을 포함한 2차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상징성은 여전히 크다. 고용과 투자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수출 기여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英, 수출 빨간불…주문량보다 재고량 증가세 더 가팔라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영국 내 제조업체들은 이날 “시간이 얼마 없다”면서 정부에 브렉시트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익스프레스는 “제조기업들이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장기 투자 계획을 줄줄이 보류하고, 고용에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시에 단기 계약직을 늘리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 제조업에는 약 30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영국 제조업 단체 메이크 유케이(Make UK·옛 제조업사업자연맹 EEF)와 회계법인 BDO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제조업 전망 보고서를 보면 재고량 증가세가 22%를 기록해 주문량 증가율(14%)을 웃돌았다. 이는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이라고 BDO는 설명했다.

실제 유럽과의 수요-공급 균형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50% 미만을 기록했다. 주문량(수요)보다 재고량(공급)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톰 로튼 BDO 제조업부문 대표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성장세를 무겁게 짓누른 탓이다. 국내 수주가 안정적인 것은 긍적적이나 영국 시장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지 않다. 수출이 쪼그라들면 영국 경제와 제조업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영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를 기록해 전달(52.6)보다 하락했다. 4개월만에 최저치다. PMI는 신규 주문, 생산, 재고, 출하 정도, 고용현황 등 제조업체 활동을 나타내는 대표적 경기 전망 지수다. 일반적으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수축을 뜻한다.

EU 탈퇴가 한 달도 남지 않은데다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 탈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치다. 하지만 이는 브렉시트에 따른 잠재적 혼란을 막기 위해 미리 원자재 또는 완제품을 비축해둔 영향이라고 IHS마킷은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수요가 전년대비 3.3% 증가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영국 수출은 지난해 이후 지속적인 둔화 추세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IHS 마킷의 롭 돕슨 이사는 “제조기업들은 브렉시트 불확실성과는 별도로 브렉시트 이후 발생하게 될 내수시장 악화,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성장 둔화 등 악재에 직면해 있다”면서 “특히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두려움으로 2013년 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기업 엑소더스…車업체들, 고용·투자 줄줄이 취소

영국의 제조업 위기는 단순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가까워지면서 영국을 유럽 진출 거점으로 삼았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생산기지를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일본 혼다는 2021년까지 영국 생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35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혼다의 공장 폐쇄 발표 2주 전엔 경쟁업체 닛산이 영국 북부에서 신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생산 계획을 철회키로 했다. 주력차량 생산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지난달 45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독일 BMW는 미니를 영국이 아닌 네덜란드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미국 포드는 영국 내 엔진 생산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영국 자동차 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영국은 자국을 대표할 만한 마땅한 자동차 브랜드가 없음에도 자동차 제조업 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EU 회원국들과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 거래시 무관세인데다, 비(非) EU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특혜무역협정(PTA)을 맺고 있어 교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주요 글로벌 금융허브여서 투자 및 자금조달 환경도 좋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엔 관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특히 노딜 브렉시트시엔 영국에서 EU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10~22% 관세가 붙게 된다. EU에서 영국으로 수입되는 각종 자동차부품에도 관세가 매겨진다.

자동차 기업들 외에도 IT기업 소니와 파나소닉이 브렉시트를 이유로 유럽 본부를 다른 곳에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영국 기업의 자존심 다이슨마저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서비스 기업인 주요 금융회사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지로 본부를 옮기고 유럽 대륙에서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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