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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상황은 다소 급해졌다. 내년이면 임기 중반을 시작하는 집권 3년 차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전 보수정부를 탓하기보다는 현 정부의 실력으로 국정 모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1월 1일 국회를 방문,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여야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내 종전선언·김정은 서울답방 불투명…文대통령 ‘비핵화 구상’ 답보상태
한반도 정세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내년 개최설이 유력해지면서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동력으로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불투명해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럽순방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견인을 위해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제사회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 또한 야당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아울러 제재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제기되면서 남북미 3자 간 비핵화 로드맵이 꼬일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난국 지속에 경제투톱 교체론까지…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경제문제는 문 대통령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군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사정 악화와 관련, “구조적인 요인도 있고, 오랫동안 진행된 원인도 있다”면서도 “나라의 어려운 일은 모두 대통령 책임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우려에도 현 경제상황은 단기간에 풀릴 문제가 아니다. 요술방망이가 없는 상황이다. 생산과 소비는 물론 투자까지 나쁜 ‘트리플 부진’에 이어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또한 6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국경제에 사실상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판문점선언 비준 대치에 통일부장관 해임안까지 ‘여야협치’ 난항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국무회의 비준에 대해 “위헌적 행위”라며 초강경 공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가 원론적 차원의 여야협치를 강조할 뿐 정치현실은 정반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분기점을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헝클어졌다.
최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당이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서 비준과 관련,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조명균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또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도 갈등의 불씨다. 한국당이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마찬가지로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 마감 이후 임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의 초강경 대치가 지속되면 일자리창출, 양극화 해소, 복지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민생경제 및 주요 개혁법안의 처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