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새 수명 13세 늘고 정년도 만60세로…`가동연한`도 사회변화 따랐다

평균여명 男 67세(89년)→79.7세('17년)
실질은퇴 연령 72세 넘어, GDP 규모 4배 늘어
노인 기준 상향·정년 연장 논의 뒤따를 듯
일부선 일자리 '세대 갈등' 우려도
  • 등록 2019-02-21 오후 5:35:06

    수정 2019-02-21 오후 5:35:06

김명수(왼쪽 세번째)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노동 가동 연한 상향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대법정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노희준 이승현 기자] 대법원이 21일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 연한) 기준을 만 60세에서 65세로 높인 것은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 등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989년 12월 55세에서 60세로 높인 뒤 이날 기존 판례를 변경함에 따라 향후 보험료와 연금, 정년 연장 등 다양한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정년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엇갈린 하급심 판단 정리…“사회 현저히 변해”

대법원이 가동 연한 관련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 붙인 것은 그간 하급심 판단이 엇갈려 온 탓이다. 이날 판결 대상이었던 인천 4세 수영장 익사 사고 관련 1·2심 재판부는 가동 연한을 기존 60세로 봤다. 하지만 지난 2016년 7월 목포시 영산로 난간에서 조명 공사를 하다 추락해 사망한 40대 전기기사 가족들이 목포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부는 가동 연한을 65세로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육체 노동의 경험칙상 가동 연한에 관해 하급심별로 엇갈리는 판단으로 혼선을 빚고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이런 논란을 종식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례 변경 이유를 현저한 사회 변화에서 찾았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9명)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 제도가 정비·개선되면서 1989년 12월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우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세·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여자 85.7세로 늘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경제 규모 변화도 꼽았다. 같은 기간 1인 국내총생산(GDP)은 6516달러에서 2015년 2만7000달러를 넘어 지난해 기준 3만달러에 이르는 등 4배 이상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법정 정년이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실질 은퇴 연령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0세·여성 72.2세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아울러 개정 고용보험법에서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데다 국민연금법 등도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점차 연장해 2033년 이후부터 65세가 된다고도 설명했다.

반대 의견 無...보험료 상승 + 60세 정년 변화

특히 별개 의견(다수 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이유를 달리 봄)은 있었지만 판례 변경 자체에 반대한 대법관은 1명도 없었다. 가동 연한을 어디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은 다소 갈렸지만, 가동 연한 자체를 연장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육체 노동의 가동 연한을 만 63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김재형 대법관은 “일률적으로 만 65세 등 특정 연령으로 단정해 선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 60세 이상이라고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견해를 별개 의견으로 밝혔다.

법조계에선 가동 연한 상향 조정을 현실과 부합한 판결로 받아들였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실제 노동하는 나이가 늘어나고 있으니 그 현실에 부합하는 판결로 볼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피해자나 보험가입자 등이 얻는 경제적 이익(손해배상 청구액)이 더 커져 보험사나 병원 등 기관에 비해 열세인 개인 입장에선 형평성에도 맞다”고 평가했다. 국내 손해배상 체계는 위자료를 적게 인정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없어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날 공산이 큰 보험업계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열린 공개변론에서 피고 측 법률 대리인은 가동 연한 연장에 따라 최소 약 1.2%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손해보험협회 측 주장을 들었다. 보험업계 파장이 과장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65세로 가동 연한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례가 심심찮게 나오는 시점부터 보험업계는 각오해 왔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노인 기준 상향·정년 연장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법원은 직업별로 가동 연한을 각각 다르게 보고 있어 육체 노동자의 가동 연한 연장을 인정하면서 다른 업종 종사자의 가동 연한 연장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현행 60세 이상인 정년 연장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늘어난 평균 수명을 반영해 가동 연한을 65세로 본 판결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정년 연장은)사회경제적으로 종합적인 고려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대변인 논평에서 “청년 일자리 등 세대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년을 적어도 국민연금 수급 나이에 맞춰 고령자 일자리와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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