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춘 ‘산’(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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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힘찬 필선이 힘찬 산세가 됐다. 종이에 미처 닿지 못한 검은 선은 그대로 차가운 물이 되고, 언 땅이 되고, 잠든 숲이 되고, 지나는 바람이 됐다. ‘산’이란 이름에 속해 있는 그 모든 것이 말이다. 오롯이 붓선 하나로 깊은 장대함을 더듬어내는 작가 류재춘(52)의 작업이다.
작가는 현대적인 산수화를 그린다. 그럼에도 전통의 수묵과 채색 기법을 온전히 품고 있는데. 묵직한 먹의 기량에 날렵한 감성을 입혀 요즘은 맛보기 힘든 진국의 수묵화를 익혀내는 거다. ‘산’(2022)은 그 가장 근원이라 할 터.
그렇게 산을 세우고 산을 밟고 산을 어루만지기도 하는 ‘산 그림’이 독보적이긴 하지만 요즘은 다른 분위기의 ‘달빛’에도 푹 빠진 모양이다. 검다 못해 푸른, 푸르다 못해 붉은 보랏빛 밤하늘에 걸린 달, 그 달빛이 비추는 나지막한 세상풍경을 연이어 풀어내곤 ‘마음의 달’이라 이름을 붙여줬다. “마음의 달은 산수의 그릇을 빌려 표현한 연작”이라고.
결국 이 모두는 잘 짜인 자연이란 시나리오의 기승전결 중 한 편씩이었다. “나에게 화가의 삶은 수묵과 자연이 함께하는 긴 여정”이라고 한다. 거칠게 휘몰아치다가 문득 멈춰 세운 붓길 그 끝에 어느새 달빛이 걸려 있었나 보다.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마음의 달, 풍요를 품다’(Fullmoon-Moon of Heart, Embracing Richness)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채색. 60×73㎝.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 류재춘 ‘2022 달빛’(2022), 한지에 채색, 90×210㎝(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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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춘 ‘먹산’(2022), 한지에 채색, 60×73㎝(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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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춘 ‘초록산’(2022), 한지에 채색, 60×73㎝(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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