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더라도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강경한 어조에 자신감이 가득했다”면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 결의를 다졌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그 누구도 중국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 강자임을 믿고 약자를 깔보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강조하는 등 정부 주도로 국가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날 국유경제 발전을 강조, 미국의 비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결코 다른 나라의 이익을 희생시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패권주의 비판에 대해선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인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한다”면서 “무역 자유화 및 편의성을 증신시키고 경제 세계화가 더욱 개방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국제회의 등에서 수차례 밝힌 “미국도 중국이 선택한 발전의 길과 정당한 이익 추구를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시장개방과 개혁을 약속했다는 점, 유화적인 발언이 다소 많았다는 점 등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일각에선 무역협상을 의식해 원론적인 연설에 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은 기존에 했던 발언을 되풀이하거나 원론적인 원칙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며 실망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자존심을 지키면서 내부 지지와 결속을 꾀했다고 진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하지만, 이것이 나약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며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면 국내 정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