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면세점 특허 朴에 '묵시적 청탁'…法 "선처하면 나쁜 선례"

징역 2년6월 70억원 추징 받고 '법정구속'
法 "朴, 독대 전 안종범 통해 수차례 롯데 면세점 현안 보고"
"'신동빈과 독대 전 면세점 대화' 안종범 진술 신빙성"
"朴 요구 거절 어려웠겠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 안해"
  • 등록 2018-02-13 오후 5:51:51

    수정 2018-02-13 오후 5:52:1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월,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면세점 특허권 취득과 관련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소유 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롯데의 면세점 현안을 인지했다는 정황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뇌물액 70억원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신 회장은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호송돼 수감됐다.

재판부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한 신 회장의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부분을 모두 이에 대한 대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면세점에 대해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보고 받고 그에 대해 지시도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롯데의 현안이 면세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또 “신 회장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을 확신할 수 없었던 시점에 대기업 중 유일하게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다”며 “롯데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직무상의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라는 기대로 지원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의 주된 근거로 신 회장과 안 전 수석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 앞서 두 사람은 2016년 3월11일 오찬을 했다. 안 전 수석은 법정에서 당시 만남에 대해 “신 회장에게 면세점 얘기를 듣고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신 회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중 안 전 수석의 진술에 신빙성이 더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면세점 특허 취득에 총력을 기울이던 롯데그룹이 안 전 수석을 집중 공력 대상으로 삼았던 점을 감안하면 애로사항 전달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 보고 후 단독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3월14일 단독 면담에서 신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 지원을 요구한 근거로 고 이인원 부회장이 실무자인 이모 상무에게 “K스포츠재단이 사업을 제안할 것”이라며 재단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건넨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을 통해 전달하지 않았다면 이 부회장이 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 배경에 대해선 “호텔롯데의 성공적 상장을 통한 지배권 강화를 위해 국가 경제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급했다”며 “뇌물공여는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을 무너뜨린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최상위권인 대통령과 재벌 총수인 경우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탈락을 경험한 후 특허 취득이 절실했던 입장에서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면서도 “비슷한 상황의 기업들이 모두 신 회장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번 범행은 면세점을 취득하려는 경쟁기업은 물론이고 정당하게 사업자로 선정되려는 수많은 기업에게 허탈감을 줬다”며 “거액인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신 회장을 선처한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직접 효과가 나오는 뇌물공여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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