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300쪽·범죄혐의 47개…前사법부 수장, 피고인으로 법정行(종합)

檢 사법농단 수사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소
박병대·고영한 불구속 기소…임종헌 3차 기소
이번 주 중 재판부 배당…法, 고심 깊어
법원 내부 마무리 후 전·현직 의원 등 외부인사 검토
  • 등록 2019-02-11 오후 5:20:39

    수정 2019-02-11 오후 5:20:39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간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11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건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양 전 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양 전 원장의 공소장에는 각종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무려 47개에 이르는 혐의가 담겼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혐의 등이다. 공소장 분량만 296쪽에 이른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앞서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60·구속)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상고법원 도입 및 인사권 강화 등을 목적으로 각종 재판거래에 개입하고 법관 사찰 등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 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양 전 원장의 공소장에는 박·고 전 대법관 등이 이같은 범죄를 공모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농단에)연루된 그 어떤 법관들도 양 전 원장을 비롯한 박병대·고영한·임종헌 등 네 사람에 비할 수 없다”며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를 직접 담당한 부부장급 검사들에게 공판을 맡겨 공소 유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양 전 원장 등 핵심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 인사가 완료되지 않은 데다 양 전 원장 등과의 관계 등 제척 사유를 따져야 하는 탓에 법원의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재판부 배당은 이번 주 중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재판에 대비해 지난해 신설된 형사합의34부(재판장 송인권)·35부(재판장 김도현)의 배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3차 기소했다. 앞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 관련 재판 개입 혐의로 지난달 15일 2차 기소한 바 있다. 재판부 재판 진행 방식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한 임 전 차장은 이날 변호인을 새로 선임했다.

한편 검찰은 이달 내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해 가담 정도와 수사 협조 등에 따라 재판에 넘기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후 재판 개입 전·현직 의원들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소송에 연루된 박근혜 정부 등 법원 외부 인사들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법원 외 인사에 대해서는 공범 또는 주류인 법원 내부 인사들에 대한 처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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