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실현된 정의'…94세 노인 홀로 남았다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 전법기업에 개인청구권 인정 판결
소송제기한 4명 중 이춘식(94)씨만 홀로 생존해 재판 참석
이씨, 1941~1944년 신인철주금 강제징용 돼 노동 시달려
고(故) 김규수씨 부인, “남편 선고 못 들어 아쉬워”
  • 등록 2018-10-30 오후 6:34:10

    수정 2018-10-30 오후 6:34:10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대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전범기업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확정판결했다. 소송 제기 13년 8개월 만에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일찍 선고가 내려졌다면 좋았겠다”고 아쉬워했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이춘식(94)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7명의 다수의견으로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선고직후 이씨와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김규수씨 부인 최정호(83)씨는 대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혼자 선고를 듣게 돼 눈물이 나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도 “조금만 더 일찍 했다면 남편도 (선고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6월 별세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씨는 “나를 비롯해 네 사람이 소송했는데 나 혼자 선고를 들었다”며 “조금만 참고 기다렸으면 좋겠는데 눈물이 나와 서럽다”며 한탄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이) 박근혜 대통령 때였는데 선고도 못 듣고 방치됐다”며 “이제라도 들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또다시 울먹였다.

이번 선고는 2005년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2013년 7월 파기환송심 승소 이후 약 5년 만에 내려진 확정판결이다. 이 소송엔 애초 이씨 등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가 원고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사건 원고 4명 중 이씨를 제외한 김씨와 여운택 씨, 신천수 씨 등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김씨와 신씨는 올해 별세했다.

홀로 재판에 출석한 이씨는 1941~1944년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보국대에 지원했다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인철주금에 강제징용됐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철재를 나르는 단순노동에 시달렸지만 임금은커녕 기술을 배울 기회도 받지 못했다.

일본 패망 후 이씨는 임금을 받기 위해 제철소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다른 피해자 3명과 함께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체불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후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13년 8개월 만에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편 대법원은 2013년 7월 서울고법이 신인철주금에 “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 이후 재상고된 사건을 통상적인 사건과 달리 무려 5년 넘게 심리했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는 와중에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의 장기 심리 배경에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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