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4조3845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4분기까지 순수 누적 영업손실액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지난해 4분기 대비 총 영업손실은 5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한전은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한 적이 없어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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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관계자는 15일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4%, 23.3% 증가하는 등 총 비용만 13.4% 늘어났다”며 “올해 3분기 누계로 1조1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조1526억원 영업이익과 비교할 때 4조원 이상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있으나 마나 연료비연동제…한전 적자 직격탄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급증한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평균 배럴당 54.82달러에서 10월 81.61달러로 48.9%나 급등했다. 여기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 상한제약 등을 시행하면서 원가가 비싼 LNG 발전기 가동을 늘린 것도 원인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은 작년과 비교하면 3분기 현재 각각 3.2%, 9.1% 줄었고 LNG와 신재생에너지는 각각 10.4%, 2.1%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도입한 연료비연동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이다. 한전이 4분기(10~12월) 주택용 전기요금을 1㎾ h(킬로와트시) 당 3원 인상했으나 지난해 말 국제유가 인하를 이유로 올해 1분기(1∼3월) 요금을 ㎾h당 3.0원 낮춘 것을 정상화한 데 불과하다. 4분기 10.8원 인상요인이 발생해 올해 총 15.2원의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0원이었다. 내년에 분기마다 3원씩 인상하더라도 올해 발생한 조정단가를 전기요금에 다 반영할 수 없다.
불 보듯 뻔한 눈덩이 적자…내년 대선, 인상 언감생심
3분기는 한전이 한 해 유일하게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시기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 실적이 3분기에 잡히기 때문이다. 한전 내부에서도 `한철 장사`라 할 정도로 3분기 실적만큼은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도 호(好)실적을 내왔다.
추가 인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한전의 경영 압박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수시로 변하는 연료비는 전기 원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연료비가 내릴 때 적자를 메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만 손익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적 투자를 제때 맞춰 할 수 없다. 전기 소비자인 국민이 한전에서 투자해야 할 인프라 투자비용을 대고 세금으로 적자까지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전은 마른 수건을 짜듯 자구 노력을 더 강화한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연료를 투입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결국 고지서에 쓰여 있어야 할 요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생기는 차액을 세금으로 대신 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