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방북단 면담한 오수용, 김정은 수행..北개방 첫 단추는 전자특구

北김정은 수행 오수용, 2000년 삼성 방북단 면담하며 인연
北 전자산업통 역할 수행..김정은, 산업단지 시찰에 자문할 듯
경제특구 늘려 경제발전 꾀하는 北, 南과 전자산업 특구 설정 가능성
  • 등록 2019-02-25 오후 5:49:22

    수정 2019-02-25 오후 9:36:23

지난 2015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따라 평양 양로원 건설현장 현지 지도를 수행한 오수용 부위원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수행단에 포함된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은 1차 회담 당시 없었던 경제통으로, 이번 회담에 나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를 엿보게 한다. 오 부위원장은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방북단과 면담했던 전력이 있다. 북한이 경제개방 첫 단추로 전자 산업이 포함된 남북공동특구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北전자산업 이끈 오수용, 삼성 방북단에 “민족 전자산업 세우자”

“민족 전자산업을 일떠 세우고 우리 민족의 본 때를 과시합시다.” 지난 2000년 8월9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소개했던 오 부위원장의 발언이다. 당시 북한 전자공업상이었던 오 부위원장은 삼성그룹 방북단을 만나 이같은 말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2000년대 초반 남북 화해 무드 속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한 삼성 대북경협단은 북한 평양을 방문하며 경협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원대연 제일모직 사장 등 경협관련 실무진 15명이 방북해 대동강텔레비전공장에서 삼성전자 TV 임가공 생산 조업식을 갖고 평양 실내체육관에 삼성전자가 기증한 대형 전광판 점등식도 열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전자자동화공업위원회에 몸 담아 1999년 전자공업상까지 올랐던 오 부위원장이 삼성전자 대북 경협사업과 관련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 부위원장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0년간 전자공업상을 역임했으며 이후에는 내각부총리로 승진했을 만큼 북한 전자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당 경제부장으로 북한경제정책을 총괄해온 그는 2015년엔 북한 의전서열에서 가장 높은 당 정치국 위원에도 임명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오 부위원장을 포함시킨 것은 이 같은 그의 커리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노이까지 60여 시간의 열차 이동을 택한 김 위원장이 베트남이나 중국의 산업단지를 시찰할 경우 전자산업 단지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을 수행하기 3일전인 지난 20일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금성뜨락또르(트랙터)공장, 대안친선유리공장 등 4개 기업소 공장 ‘2018년 사회주의 경쟁총화모임’에 참가했다.

사전에 북한 국내 생산시설을 둘러본 오 부위원장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선진 생산시설을 둘러보며 자국 시설과 비교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하이퐁 지역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산거점이 마련돼 있다. 베트남은 전자산업을 주춧돌 삼아 ‘도이머이’의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전후로 스마트폰 생산 라인이 마련된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이나 하이퐁 LG전자 통합생산공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 경제공동특구, 전자산업 중심 가능성 높아

북한은 현재 경제 특구 및 경제개발구 27곳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구 중심으로 경제 개방을 주창할 여지가 크다. 자동차나 중화학 같이 기계·재료공업 등 기반 산업의 뒷받침 역할이 큰 산업보다는 전자산업 단지를 지정하는 것이 보다 수월할 수 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사오핑이 세운 첫 경제특구인 광둥성의 선전도 전자산업을 기반으로 한 곳이었다.

경제개발 노선을 택한 김 위원장이 북한 곳곳에 경제 특구 지정을 늘린다면 남측과의 경협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강점을 보이는 전자산업이 남북 경제공동특구의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우리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보다 임금이 저렴하고 지역적으로도 가까운 북한으로 한국 전자제품의 생산거점이 옮겨갈 경우 베트남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동강텔레비전공장에서 TV를 생산했던 삼성은 2010년까지 이곳에서 TV를 납품받았다. LG전자 역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같은 공장에서 북한과 협업했다. 이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오수용 부위원장이다. “민족 전자산업을 일떠 세우고 우리 민족의 본 때를 과시하자”던 그의 발언이 10년의 공백을 거쳐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로에 선 셈이다.

김 위원장의 우리 산업체 방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 주변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져 전격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베트남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과 하이퐁에 있는 베트남 자동차 제조 공장 등을 시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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