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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특검은 일단 “예상치 못한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최종 목표로 한 드루킹 측의 ‘정치권 커넥션’ 수사 등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노 원내대표, 수천만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23일 특검 등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3월 4.16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경기고 동창이자 드루킹 최측근인 도모 변호사(61)로부터 수천만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도 모 변호사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김경수 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혐의는 앞서 고양경찰서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처리된 건이다. 실제 금품이 오간 흔적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특검은 도 모 변호사가 노 원내대표에게 건넨 현금으로 알려진 5000만원 중 4000만원 가량이 드루킹 측의 계좌로 돌아온 것처럼 증거를 조작해 무혐의가 나온 것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했다.
정치자금법 45조 1항은 이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또 드루킹이 주도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에서 2000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받는다.
노 원내대표는 이런 의혹을 여러차례 부인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여야 5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노 대표는 “어떠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이 부르면) 조사에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검, 당혹...“돈 준쪽 관련자만 소환”
노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 방침을 굳히고 시점을 저울질 중이던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투신 사망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우리는 (노 의원의 투신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며 “돈을 준 사람쪽의 관련자 조사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허 특검은 이날 오후 2시 노 원내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도 변호사의 소환 계획을 취소하고 2시 정례 브리핑도 열지 않았다.
이번 허익범 특검의 승패는 드루킹 댓글 조작에 김경수 도시자 등 ‘여권 실세’의 연루의혹을 규명하는 ‘정치권 커넥션’ 수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수 도지사로 수사망을 좁혀가가던 특검이 일종의 징검다리격인 1차 정치권 연루 의혹 대상자인 노 원내대표가 사망하자 ‘1차 과녁 상실’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의혹의 당사자가 사라지면 수사당국은 ‘공소권 없음’의 처분을 내린다.
여기에 특검은 ‘돈을 건넨쪽’에 해당하는 도 변호사의 구속 영장이 지난 19일 법원에서 기각돼 ‘특검 수사력’이 이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수사를 시작해 ‘1차 수사’ 기간(60일)의 절반 정도가 이미 지났다는 점도 특검으로서는 부담 요소다.
특검은 일단 노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 방향이나 일정에 대한 언급을 삼간 채 도 변호사 등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쪽’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금전을 매개로 노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은 (불법 정치자금) 기부자도 처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달 여 남은 1차 수사 방향에 대해 “드루킹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수사가 초기 패턴과는 다르게 심도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