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루자"… 분양가 규제에 서울 재건축 분양 줄줄이 연기

조합 "일반분양가 높여 부담금 낮춰야"
HUG "주변 집값 상승 부추길 수 있어"
재개발 보상금 놓고 주민 간 갈등도
"내년 분양도 밀려 공급 부족 불보듯"
  • 등록 2018-11-20 오후 7:28:25

    수정 2018-11-20 오후 7:28:25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연말을 두달여 앞두고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강도 대출 제한 등이 담은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규제가 집중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분양 단지의 공급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에서는 연초 공급하기로 했던 목표 분양 물량의 10% 밖에 채우지 못하는 등 가을 분양 성수기를 무색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잇단 대책으로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분양가 통제나 주택시장 위축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과 추가 규제 등 변수도 많아 내년 분양도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큰데 이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월 분양 물량 목표치 10% 그쳐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올해 초부터 11월까지 5만2527가구가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공급된 물량은 2만2092가구(11월 14일 기준)로 약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9·13 대책 이후 공급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 10월 서울지역 분양 물량은 584가구로 당초 계획했던 목표 물량(4839가구)의 1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11월 들어 현재까지도 목표 물량의 절반(5028가구 중 2142가구)을 채우는데 그쳤다.

이처럼 분양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HUG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간 분양가 산정을 두고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가를 높여 부담금을 낮추고 개발이익을 최대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지만, 분양 보증 권한을 가진 HUG에서는 주변 집값 상승 등을 이유로 이를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논동 청량리 제4구역을 재개발하는 ‘롯데캐슬 SKY-L65’는 당초 이달 중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내년 이후로 일정이 미뤄졌다. 조합이 일반분양가를 3.3㎡당 2600만원으로 책정할 것을 원하지만, HUG에서는 이 보다 200만~300만원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HUG 간 분양가에 대한 편차가 상당해 어쩔 수 없이 내년으로 분양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모델하우스까지 지었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권에서는 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해 조합이 자체적으로 공급 일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그랑자이’는 당초 12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내년 4월로 일정이 늦춰졌다. 조합 관계자는 “올 상반기 사업장 인근에서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분양가가 3.3㎡당 4100만원대에 책정됐는데, HUG의 ‘10%룰(인근 단지 평균 분양가 및 매매가격 대비 10%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을 감안해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며 “내년 봄 공급하면 분양가를 최소 4500만원(3.3㎡당) 정도는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 3차 재건축 아파트)는 당초 8월에서 12월로, 서초동 ‘서초 그랑자이’(서초 무지개 재건축 아파트)는 올 연말에서 내년 1월로 공급 일정이 밀렸다. 또 강남구 방배자이(방배경남 재건축 아파트), 송파구 ‘거여2-1 롯데캐슬’(거여동 거여2-1구역 재개발 단지) 등도 연말에서 내년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서초구 S공인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을 미뤄 사업비가 더 발생하더라도 높은 분양가를 받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금 보상 문제 갈등도 커져… 공급 감소 불가피

재개발·재건축 보상금을 둘러싼 조합 내부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최근 2~3년 간 집값이 크게 올라 조금이라도 더 높은 보상가를 원하는 원주민과 사업을 강행하려는 조합원이 맞붙고 있는 양상이다.

삼성물산이 부천 송내 1-2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부천 어반비스타’는 당초 지난해 상반기에서 올 10월, 12월로 분양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보상가를 원하는 일부 원주민들이 더 높은 보상금을 얻기 위해 ‘알박기’를 하면서 전체적으로 분양 일정이 밀렸다”고 전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도 내홍을 겪고 있다. 조합에서 제시한 보상비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이 제대로 된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 구역 현금청산자 모임 ‘우리동네 살기모임’ 나일영 대표는 “주변 시세의 50~60%에 해당하는 보상비로는 도저히 인근 지역에 주거지를 마련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9·13 대책으로 조합원이 다주택자이거나 ‘1+1 재건축’을 진행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을 늦추는 곳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집값이 다시 한바탕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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