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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간송미술관이 미술품 경매에 내놓은 ‘국보’ 2점이 모두 유찰됐다. 이로써 잠시 외출했던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은 다시 간송미술관으로 돌아가게 됐다. 거래까지 성사되진 못했지만 ‘국보’가 국내 미술품 경매에 출품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덕분에 미술계는 물론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더랬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새해 첫 경매로 진행한 ‘1월 경매’에서 먼저 경매에 나선 ‘금동삼존불상’은 시작가 27억원에 출발해 호가를 5000만원 높여봤으나 응찰자는 나서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미술품으로 경매에 오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도 시작가 31억원에 출발해 역시 5000만원씩 호가를 높여갈 태세였으나 나서는 응찰자가 없어 바로 유찰됐다.
2020년 ‘보물 불상’ 2점 이어 ‘국보 유물’ 2점도 유찰
이제 더는 사용하지 않는, 예전 국보번호로 72호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유행한 금동삼존불상. 한 광배 안에 주불상과 양쪽으로 협시보살을 새긴 일광삼존 양식이다. 높이 17.7㎝. 광배 뒷면에 새긴 ‘계미년’이 백제 위덕왕 10년(563)에 제작한 것으로 짐작케 한다. ‘금동삼존불감’의 예전 국보번호는 제73호. 11~12세기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한다. 18㎝ 높이로 대웅전 안에 석가삼존상을 모신 소형 원불이다. ‘불감’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돌·쇠 등을 깎아 만든 작은 건조물. 그 안에 들인 삼존불뿐만 아니라 당시 건축양식·조각수법 등을 함께 살필 수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지난번 ‘보물 불상’과 마찬가지로 ‘간송 컬렉션’이란 상징성 위에 ‘국보’란 특수성까지 얹혀, 두 불교 문화재는 얼마에 팔려 어디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높았다. 낙찰가는 물론 누가 국보의 새로운 주인이 될 건가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하지만 사회적인 시선이 집중되는 부담감에 ‘큰손’ 개인컬렉터나 기업문화재단 등이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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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지만
이태 전 보물에 이어 이번 국보까지, 간송미술관이 문화재를 경매에 계속 내놓는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다. 간송미술관은 사업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서울 성북동에 보화각(1966년 간송미술관으로 개칭)이란 이름으로 세운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들여 일본에 유출되는 문화재를 사들였던 간송의 수집품을 정리·연구·관리해왔다.
간송이 타계한 이후 장남 전성우(1934∼2018)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차남 전영우(82)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간송의 장손인 전인건(51) 간송미술관장까지 3대에 걸쳐 간송이 했던 ‘문화재 지킴이’ 역할을 이어왔다. 하지만 누적되는 재정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번 보물에 이어 국보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한 듯 보인다. 국보 ‘훈민정음’, 신윤복의 ‘미인화’ 등 도서화·도자기·고서를 망라한 국보·보물 포함,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최정상급 문화재는 5000여점에 달한다.
‘국보’ 2점의 운명을 바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서 ‘문화재 경매사상 최고가’의 새 기록도 무산됐다. 복수의 응찰자가 나서 경합이 치열해지면 ‘가장 비싸게 팔린 문화재’ 순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껏 보물뿐만 아니라 국내 고미술품을 통틀어 경매 최고가 기록은 2015년 서울옥션에서 35억 2000만원에 낙찰된 보물 ‘청량산괘불탱’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