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는 5600억 손실… ‘코로나19’에 정유사 ‘곡소리’(종합)

대규모 재고평가손 5632억 적자전환, 유가급락 직격탄
코로나19에 휘발유·경유 수요 급감, 3분기 반등 전망
석유화학 부문도 수요부진에 적자, 시설투자는 강행
  • 등록 2020-04-29 오후 4:43:10

    수정 2020-04-29 오후 4:43:47

현대오일뱅크 초저유황선박유(VLSFO) 설비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현대오일뱅크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부진에 5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유럽, 미주 지역의 상황이 완화되면 수요가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커 정유사들의 고심을 키우고 있다.

29일 현대중공업지주(267250)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 영업손실 56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조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1 % 줄었다. 이 같은 실적폭탄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산유국 증산 경쟁으로 석유제품 시황이 대폭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휘발유 수요의 경우 세계 각국의 이동제한(락다운) 조치로 수요가 급감하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유 역시 해외 신규 정유설비 가동과 운송수요 감소로 약세를 보이면서 현대오일뱅크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국내 정유사는 유례 없는 최대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 유가변동손실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253억원 수준으로 시황 악화에도 선방했다”고 밝혔다.

2분기에도 상황은 급변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가능성과 실물경기 회복시기에 따라 유가 변동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휘발유 수요 반등도 유럽, 미국 등서 확산 중인 코로나19가 종식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유 역시 각국이 봉쇄조치를 풀지 않는 이상 수요가 감소할 수 밖에 없어 3분기나 돼야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측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안팎을 오가는 것을 가정하면 2분기엔 매출은 1분기 수준으로, 영업이익은 적자를 벗어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유가는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정기보수를 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들이 이달 유가 급락시에도 실적을 일부 방어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자회사들의 실적도 악화했다. 현대케미칼(매출 8370억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04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혼합자일렌(MX) 스프레드가 수요 감소 및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주춤했던 탓이다. 2분기엔 중국 파라자일렌(PX) 공장 가동재개 및 일본 정유사들의 정기보수로 소폭 반등이 예상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올해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현대코스모 등과 함께 총 9000억원 수준의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이후 초저유황벙커C유(LSBC) 판매 증대에 대비, 탈황설비(RDS) 용량 증설에 나서고 있고, 당장 다음달 완료된다. 현대코스모를 통해선 PX 생산수율을 높이는 증설 투자를 진행한다. 오는 2021년 말부터 생산되는 중질유 석유화학시설 프로젝트(HPC) 투자도 준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밖에도 현대오일뱅크 원유정제시설(CDU) 3공장 증설도 내년께 계획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도 HPC프로젝트 투자도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분법 적용 대상인 현대코스모는 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유가하락에 따른 원재료 매입단가하락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증가, 2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대코스모과 현대쉘베이스오일은 각각 방향족 석유화학사업과 윤활기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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