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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기존 5대 신수종 사업(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바이오 제약·의료기기)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재조정한 바 있는데, 이 사업들은 모두 데이터 경제 시대에 필수적인 ‘데이터 분석’에서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임박한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계기로 단말기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네트워크 트래픽과 서비스 품질 분석 기술 역량을 가진 강소기업 ‘지랩스(Zhilabs)’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00% 지분을 보유하며, 대신 독자 경영을 보장하고 긴밀한 협업을 진행한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은 “5G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으로써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로 무한히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는 지랩스와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5G 인프라 확장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통신뿐 아니라 제조업 융합 겨냥한 ‘데이터 분석’ 강화
내년부터 서비스되는 5G는 LTE보다 20배 빠른 초고속, 지연시간이 1ms로 주는 초저지연(1ms=1/1000초), 1 km2 면적 당 100만개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이 특징이다. 자율주행차나 원격의료 등이 가능해지고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통신망에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이 인수한 지랩스는 2008년 창업한 뒤 통신 네트워크의 상태, 성능, 데이터 트래픽 등을 서비스별로 분석해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는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AI를 적용해 네트워크에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에서 문제(장애)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기저 원인 분석 (Root Cause Analysis)과 자동 장애복구·최적화 (Auto trouble shooting & Optimization) 등을 지원한다.
업계 전문가는 “이 부회장은 하만을 인수해 전장의 경쟁력을 갖췄는데 5G 시대에는 제조업과 IT의 융합이 진전되니 통신시장만 보는 게 아닐 것”이라며 “2020년 이후 출현할 자율주행차나 바이오산업 등에 필요한 통합적인 데이터 분석력 강화 차원에서 지랩스를 인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랩스는 흘러다니는 통신 트래픽외에도 AI를 통해 바이오 등 다른 데이터의 분석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 M&A 재개…삼성 5G 장비 사업에도 도움
삼성은 그룹차원의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5G와 AI, 차량용 전장, 바이오 등 미래성장사업에 3년간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8월 내놓은 바 있다. 전장용 반도체를 최근 출시하고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이어왔고, 5G 관련 깜짝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초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삼성은 외부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투자를 상당 부분 보류해왔다. 가장 최근에 해외 기업을 공식적으로 인수한 것은 메시지 서비스(RCS) 업체인 뉴넷캐나다(2016년 11월)였다. 이후 2년간 국내·외에 걸쳐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없다가 이번에 M&A 행보를 재개했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투자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앞으로 추가 M&A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20조원 가량의 M&A 재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대형 M&A 계약도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랩스 인수는 당장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5G 장비 사업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랩스의 본사는 스페인이고,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50여개 통신사에 트래픽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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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08년
본사 소재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요 사업: 네트워크 상태 등을 분석, 서비스 품질 측정하고 네트워크 운영 자동화
고객사 현황: 보다폰, O2, TIM, 텔레포니카, HP엔터프라이즈 등 50여개